잇단 횡령사고에 '칼' 빼든 금감원...금융사에 '순환근무·명령휴가제' 강화
잇단 횡령사고에 '칼' 빼든 금감원...금융사에 '순환근무·명령휴가제' 강화
  • 홍윤정 기자
  • 승인 2022.10.0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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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내부통제 개선안 발표...고위험 업무 직무 분리·결재단계별 문서 검증 강화...PF대출 자금집행 관리 강화·'금융 사고 예방지침' 마련

금융사 내규 개정 통한 자율적 대책 한계…실효성에 의문도...내부통제 실패 관련 경영진 관리책임도 빠져…"추후 별도로 추진"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사고와 은행권의 10조원대 이상 수상한 외환거래로 촉발된 금융사의 내부통제 미비를 놓고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순환 근무와 명령 휴가제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내부 통제 강화 조치를 내놨다.

잇달아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와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금감원이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든 셈이다.

그러나 법규 개정 권한이 없는 금감원의 조직 특성상 이번 대책은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을 장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등과 같은 금융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업계와 함께 이런 내용의 내부 통제 운영 개선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해 상반기 은행·중소 서민 권역의 금전 사고가 40건인데 이 가운데 횡령 사고가 28건에 달하고, 금전 사고액은 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1억원이 급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령 휴가 대상자를 위험 직무뿐만 아니라 영업점, 본부 부서 등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로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 직무 등에는 원칙적으로 강제 명령 휴가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명령 휴가 또한 불시에 시행해 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

업무 편의 목적으로 비밀번호의 직원 간 공유 등 금융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무 분리 대상 업무는 원칙적으로 금융사 자율로 운영하되 필수 직무를 금융사고 예방지침에 명시하기로 했다.

직무 분리 대상 거래 및 담당자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직무 분리 운영 현황을 감사 및 준법 감시 부서 등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방식으로 운영 시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도록 하거나 시스템 접근 방식을 신분증이나 핸드폰 등 본인인증 또는 생체 인식으로 고도화하기로 했다. 단말기 정보제공자(IP) 주소와 담당 직원을 연동해 다른 단말기에서 로그인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기 문서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거나 외부 수신 문서의 전산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판단 아래 결재단계별 문서 등에 대한 검증 체계도 강화했다.

직인 날인 및 자금 지급 시 기안 문서 번호, 금액 등 핵심 내용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결제 단계별 거래 확인 및 통제 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수기 기안 문서의 전산 등록 의무화 및 외부 수신 문서 등의 문서 진위를 검증하는 통제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영업·자금 집행 직무 미분리 등으로 횡령 사고가 발생한 점도 고려해 PF 대출 영업 업무와 자금 송금 업무를 분리하고 지정 계좌 송금제를 도입하며 자금 인출 요청서 위변조 대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처럼 채권단 공동자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채권단 공동 자금의 경우 자금관리 적정성에 대한 채권단 정기 검증 절차의 마련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중고 상용차 대출 등 자동차 금융에 대해서도 대출금 지급 증빙자료의 징구 의무를 부과하고 근저당 미설정 건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통제 장치를 강화했다.

금융사의 자체 내부 통제 역량 제고를 위해 감사자 취급 업무에 대해 제삼자가 점검하는 등 이해 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감사 대상 항목에 PF대출 자금 집행 등을 추가해 개선하기로 했다.

또 은행의 이상 거래 상시 감시 대상에 본부 부서 업무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고 고위험 이상 거래 추출 시 보고 및 처리 절차를 체계화하기로 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고발 의무 위반자에 대한 검사 절차 구체화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당수 과제가 금융사의 내규개정을 통한 자율적인 대책 마련 수준인데다 앞으로 관리를 강화하겠다 정도의 모호한 내용도 많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하며 700억원대 횡령사건을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 사례를 막기 위해 순환근무제 예외 허용 기준을 개선한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은행의 특정 부서에 5년 이상 배치된 장기 근무자에 대해 채무·투자현황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 대책에는 장기근무자 목표비율을 관리하면서 예외 허용절차를 강화한다는 정도로만 담겼다. 순환근무 예외 근무기간의 한도를 몇 년으로 설정할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내부통제를 관리하고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준법감시인 제도와 관련해서도 준법감시조직의 인력과 전문성을 확충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가상자산 환치기'로 알려진 10조원대 이상 외환거래와 같은 이상거래에 대해 은행의 상시감시와 관련해서도 고위험 이상거래 추출시 보고·처리 절차를 체계화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담기지 않았다.

또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업무의 겸직, 이를테면 '대출영업'과 '서류 진위확인, 심사, 기표, 송금지급' 등을 동일인이 맡지 못하게 반드시 분리한다는 직무분리도 원칙적으로는 금융회사 자율로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더하는 대목이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는 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정책당국이 아닌 금감원의 한계상 이번 대책에는 빠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법규 개정 등이 필요한 내부통제 관련 경영진 관리책임, 내부통제 기준 준수의무 강화 등은 현재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논의를 거쳐 추후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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