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도 '자사주의 마법(?)'...오너일가의 수상한 인적 분할-지주사 전환
현대백화점도 '자사주의 마법(?)'...오너일가의 수상한 인적 분할-지주사 전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9.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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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은 현대백화점이 떠안고, 알짜 자회사는 신설 지주사가 가져가
현백 기존 주주들은 당연 반발, 주가는 하락. 그 배경과 의도부터 의문
오너일가 지분 크게 키워주는 자사주마법도 가능. 실제 동원 여부 주목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현대백화점 그룹의 양대 핵심 회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6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결정을 공시했다. 양사 똑같이 내년 210일 분할계획서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분할기일은 내년 31일이다.

그러나 이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놓고, 벌써부터 여러 잡음과 논란,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현대백화점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과거 재벌총수들이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지주회사 지배력(지분)을 높이는데 자주 악용했던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가 이번에 이용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대백화점의 인적 분할 내용이다. 현대백화점의 인적 분할계획에 따르면 기존의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사업부문(분할존속회사 현대백화점)과 투자사업부문(분할신설회사 가칭 현대백화점홀딩스)로 인적 분할된다.

존속회사인 현대백화점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지누스 등 면세점과 리빙 관련 계열사가 자회사로 남게되고, 신설 현대백화점홀딩스에는 한무쇼핑, 현대쇼핑 등 일부 아울렛과 백화점 관련 계열사들이 자회사로 오게 된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적분할 개요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적분할 개요

문제는 존속 현대백화점이 기존의 차입금을 대부분 떠안는 반면, 한무쇼핑 등 알짜 자회사들은 대부분 신설 지주사로 소속된다는 점이다.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갖고있는 한무쇼핑의 21년 말 총자산은 23053억원에 달하는 반면 총부채는 5221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쇼핑 역시 총자산 2943억원에 총부채 356억원 구조다.

특히 한무쇼핑은 입지가 우수한 무역센터점, 목동점, 킨텍스점, 충정점, 김포아울렛, 남양주아울렛 등 총 6개 점포 운영을 통해 연간 1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률도 신설 지주사에 속할 한무쇼핑과 현대쇼핑은 각각 20.1%, 84%에 달하는 반면 존속 현대백화점에 소속될 지누스는 6.6%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별도)12.3% 수준이다.

또 기존 차입금을 대부분 떠안는 바람에 분할후 존속 현대백화점의 부채비율은 103%(작년 기준)에 달하는 반면 신설 지주사는 6.2% 불과할 것으로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분석했다.

현대백화점 기존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주가도 실제 하락하고 있다. 인적 분할계획에 따르면 인적 분할후 생기게 되는 존속, 신설 4개사 모두 증시에 재상장하되 인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조항 역시 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신평이 예상한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도
▲한신평이 예상한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도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와 한기평 등 신용평가기관들도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주식 지분 상당부분이 신설 지주사로 이관되는 반면 차입금은 분할 존속회사에 잔존함에 따라 분할후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될 전망이며, 이는 신용도상 다소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평도 분할후 차입금이 대부분 현대백화점에 존속함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레버리지 지표 및 재무완충력의 단기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주사를 신설한다면 그냥 순수 지주사로 만들어도 될텐데, 큰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알짜 자회사들을 지주사로 소속시키는 진짜 배경은 알수 없다. 신규 투자나 신규사업은 가급적 신설 지주사를 통해 하겠다는 뜻으로만 추측될 뿐이다.

▲한기평이 정리한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전후의 재무요약
▲한기평이 정리한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전후의 재무요약

한편 자사주 마법과 관련해서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양사가 공교롭게도 모두 과다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원천이다.

그룹의 최대 주력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현재 정지선 그룹 회장(50)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지분율이 17.09%에 이른다. ()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3남이자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근 명예회장(80)의 지분율은 2.63%에 그친다.

반면 단체급식사업과 식자재 등의 현대백화점 납품사업 등을 주로 하는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의 친동생인 정교선 그룹 부회장(48)이다. 그의 지난 6월말기준 지분율은 23.8%. 형 정지선 회장과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도 각각 12.7% 1.9%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일가의 현대백화점 주식소유 현황
▲오너일가의 현대백화점 주식소유 현황

형과 동생이 각각 그룹 주력기업을 나눠 지배하는 모양새인데,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경영이나 계열분리를 한것도 아니다. 형 기업으로 볼수 있는 현대백화점에는 동생 기업인 현대그린푸드 지분이 12.05%나 있고, 동생 기업에는 형과 아버지가 각각 2, 3대 주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형은 또 그룹 회장에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회장, 현대그린푸드 회장이고, 동생은 그룹 부회장에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부회장 등으로 보직도 나눠 맡고 있다. 아직까지는 형제가 큰 문제 없이 그룹을 공동경영하고 있다고 해서 형제간의 우애경영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지난 6월말 기준 현대백화점은 전체 발행주식의 6.6%, 현대그린푸드는 10.6%에 달하는 많은 자사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자사주)을 매입하면 6개월간 매도가 금지된다. 자사주에는 또 의결권과 배당도 없다. 하지만 인적 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은 되살아날 수 있다.

자사주가 있는 기업이 지주사를 만들기위해 인적 분할을 할 경우 보통 자사주는 신설 지주사가 가져간다. 그리고 존속 기업은 분할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나누어 준다(주식배정). 이때 의결권이 살아난 지주사 보유 자사주에도 존속기업 신주가 배정된다. 이후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위해 존속 기업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신설 지주사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그 댓가로 존속 기업의 주식과 맞교환하게 된다(현물출자와 주식맞교환).

▲오너일가의 현대그린푸드 주식소유현황
▲오너일가의 현대그린푸드 주식소유현황

이 과정을 거치면 신설 지주사의 대주주는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지주사 지분율을 단번에 크게 높일수 있다. 자사주에 의결권이 되살아나면서 그 자사주 지분 만큼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진다. 과거 많은 한국 재벌들이 이 방법을 악용해 인적 분할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돈 한푼 안들이고 지주사 지분을 확 높였다고 해서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자사주 마법에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요즘은 이 방법을 쓰는 재벌들을 잘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은 몇년전까지 많은 자사주를 갖고 있었지만 비판이 우려되자 전부 소각처분해 버리기도 했다.

정지선 회장의 경우 인적분할 시 존속 법인인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자사주(6.6%)를 신설 지주사로 옮기고 자신이 보유중인 현대백화점 현재 지분을 모두 신설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으로 맞교환하면 지주사 지분율이 현재 17.09%에서 최대 30% 이상으로, 단번에 크게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서다.

자사주가 더많은 정교선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주가부양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사두고 소각 하지 않은 것이 형제에게 큰 효자노릇을 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온갖 비난을 무릎쓰고 형제가 자사주 마법에 실제 올라탈지는 아직 두고봐야 될것같다. 지금도 형제가 각각의 기업에서 충분한 지배력을 갖고있는데, 굳이 무리하다 여론의 표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를 안 당하려면 인적 분할 전까지 보유중인 자사주를 전부 소각해버리면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러기에는 또 아까울 것이다. 지금까지 양대 기업 돈으로 자사주를 많이 사모아두고, 이 시점에 인적분할과 각각의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는데에는 형제의 숨은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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