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지분 확 늘어 현 시가만 5,700억원 이상. 주식 수도 1.64배 늘어...자사주 마법이나 이재용 못지않은 변칙 재산불리기, 제도허점 보완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2차 전지 소재인 양극재와 환경사업을 벌이던 에코프로는 2016년 5월 양극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에코프로비엠(이하 BM)을 만들었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2차 전지 양극재 기업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까지 성장한 기업이다.
에코프로는 남아있던 환경사업부문을 21년 5월3일 인적분할, 에코프로에이치엔(이하 HN)을 또 만들었다. HN은 국내 유일의 온실가스 및 유해가스 제거전문 기업이다.
에코프로가 HN을 BM처럼 물적분할하지 않고 인적분할한데는 여러 가지 배경과 목적이 있었다. 우선 물적분할한 BM을 2019년 상장시키자말자 주가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에코프로 일반주주들에게 크게 욕을 얻어먹고, 논란이 됐던 점을 의식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 문제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적분할의 또하나 목적은 에코프로를 공정위 인정, 정식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에코프로그룹의 최대주주 오너인 이동채 회장(63)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평범한 은행원과 공인회계사를 하다 창업해 엄청난 성공신화를 이룬 인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계속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번의 실패와 모자라는 투자비 때문에 20년 가량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6년 처음 시작한 모피사업에 망해 재산을 탕진한후 환경소재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케미컬필터 개발에 매달리던중 2004년 정부 주도 ‘초고용량 리튬 2차 전지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됐다. 여기서 제일모직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제일모직과 공동으로 양극재의 원재료가 되는 전구체 사업을 했다.
진짜 기회가 온 것은 2006년. 제일모직이 전구체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양극재 기술과 영업권을 인수하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양극재는 노트북, 공구 등 배터리 수요가 한정적이라 성장성이 높지 않았다.
이 회장은 고민 끝에 양극재에 뛰어들기로 결단했다.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해봤자 돈이 안 되니 하지 않는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개발하기는 쉽지 않았고, 10년간 긴 적자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투자만 해야 하는 이 기간이 ‘지옥’ 같았다고 여러번 회고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며 갑자기 양극재는 없어서 못 파는 소재가 됐다. 말 그대로 만드는 대로 돈이 됐다. 2020년 SK이노베이션과 10조원대 공급계약이라는 ‘잭팟’을 터트리기도 했다.
에코프로비엠(BM)의 연결기준 매출과 이익 추이(억원)
|
2016년(5~12월) |
17년 |
18년 |
19년 |
20년 |
21년 |
22년1분기 |
매출액 |
998 |
2,898 |
5,891 |
6,160 |
8,547 |
1,4856 |
6,624 |
영업이익 |
93 |
222 |
502 |
370 |
547 |
1,150 |
410 |
당기순이익 |
68 |
151 |
368 |
344 |
466 |
977 |
304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998억원에 불과하던 BM의 매출은 5년 만인 21년 1조4,856억원으로, 5년만에 14배 이상 폭증했다. 2025년에는 9조원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 사업권을 판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으로선 땅을 칠 일이었다. 수요를 못따라가 지금도 계속 공장 증설중이다. 에코프로의 종속기업 또는 계열사도 에코프로이엠(삼성SDI와 합작), 에코프로글로벌,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씨엔지, 에코프로에이피 등으로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돈이었다. 긴 시간 개발과 투자만 하다보니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계속 남의 돈을 투자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이 회장의 지분은 계속 낮아졌다. 인적분할전 에코프로의 이 회장 지분은 13.11% 밖에 되지 않았다.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지분합계 18%대로, 겨우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모두 에코프로나 BM이 투자한 회사들이었다.
앞으로도 그룹은 계속 커질텐데 적은 오너일가 지분으로 그룹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불가피했다. 지주회사 전환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오너일가 지분율도 크게 올리면 더 할 나위없는 일석이조였다. 이 일석이조 달성을 위해 이 회장과 에코프로는 작년 5월 인적분할 직후부터 다양한 작전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1단계는 21년 7월30일자로 단행된 HN의 파격적인 무상증자였다. HN은 신설회사이지만 인적분할 때 모기업 에코프로로부터 666억원의 자본잉여금을 갖고 나왔기 때문에 무상증자는 가능했다. 기존 주식 1주당 3주를 공짜로 더 주는 무상증자이지만 액면가 500원으로 하는 무상증자여서 자본잉여금은 57억원 밖에 축나지 않았다. 무상증자로 이 회장이 보유한 HN 주식수는 50만1,762주(지분율 13.11%)에서 200만7,048주로 4배나 늘어났다.
2단계는 21년 10월13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에코프로의 유상증자와 공개매수였다. HN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중 에코프로의 유상증자 참여를 희망하는 주주들에게, HN주식을 현물출자받고 그 댓가로 에코프로 신주를 나눠주는 유상증자였다.
에코프로와 인적분할된 에코프로에이치엔(HN)의 월평균주가(주당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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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5월 |
6월 |
7월 |
8월 |
9월 |
10월 |
11월 |
22년8월16일종가 |
에코프로에이치엔(HN) |
157,600 |
147,936 |
224,659 |
119,981 |
104,795 |
107,321 |
97,064 |
61,100 |
지주사 에코프로 |
72,313 |
45,075 |
57,618 |
92,462 |
99,589 |
96,805 |
134,177 |
118,200 |
<자료 증권거래소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인적분할 당시 에코프로와 HN의 순자산분할 비율은 1:0.1698이었다. 분할전 에코프로의 순자산중 83%를 분할후 에코프로가 갖고 가고, 나머지 17%만 분할후 HN 몫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가도 분할후 에코프로가 더 높아야할텐데, 분할 직후인 21년5월 평균주가는 에코프로가 주당 72313원인 반면 HN은 157600원으로, 오히려 두배 이상 높았다.
사업을 다 떼어 내준 지주사는 주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 HN은 국내유일의 환경전문기업이라는 호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작년 10월 공개매수-유상증자때도 일반 HN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반면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모두 공개매수에 응했다. 오너일가는 HN주식을 포기하고 그 댓가로 지주사 주식을 받아 지주사 지분율을 확 높이는데 온통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HN 주식 한주당 110500원을 쳐주었고, 에코프로 주식은 주당 95441원으로 매겨졌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끝나자 이동채 회장의 에코프로 지분율은 13.11%에서 19.92%로, 일거에 무려 6.81%포인트나 더 높아졌다. 여동생 이선이씨(51) 지분율은 1.07%에서 1.59%, 부인 김애희씨(59)는 0.04%에서 0.06%, 아들 이승환씨(33)는 0.10%에서 0.15%, 딸 이연수씨(31)는 0.08%에서 0.12%로 각각 높아졌다.
이 회장 부부와 아들 딸이 지분 100%를 갖고있는 가족기업 이룸티엔씨의 에코프로 지분율도 3.74%에서 5.68%로 높아졌다. 오너일가의 지주사 지배력은 19.39%에서 28.57%로 대폭 강화됐다.
반면 오너일가에게 에코프로 신주를 준 대신 HN주식을 대거 넘겨받은 에코프로의 HN지분율도 1.63%에서 31.4%로 크게 올라 HN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 20%이상을 보유해야하는데, 일거에 이 조건도 충족시켜 에코프로는 공정위에 정식 지주회사 신청을 할수 있었다. 공정위는 올초 지주사로 정식 승인했다.
이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 자회사 유무상증자 등을 교묘히 활용해 지주사 지분을 크게 높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에코프로의 지주회사 전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또 이 회장은 에코프로 지분만으로도 현재 5,700억원이 넘는 주식부자가 되었다.
작년 인적분할 직전(21년3월 기준) 그의 에코프로 지분 평가액은 1,790억원 정도였다. 주식재산이 3.2배나 늘어난 것이다. 에코프로 주식수도 1.64배 늘어났다. 오너 가족회사인 이룸티엔씨 등 다른 비상장 주식을 더하면 주식보유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아무리 합법이라도 오너 일가가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지분율을 이렇게 변칙적으로 높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도 되느냐는 점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게 있다. 자사주를 많이 갖고있는 기업을 인적분할하고 유상증자-공개매수-현물출자-주식맞교환 방식으로 역시 돈 한푼 안들이고 대주주 지분율을 확 높이는 방법이다. 과거 인적분할로 지주회사를 만들때 많은 재벌총수들이 이 방법을 활용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다. 지금은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엄두도 못내는 ‘마법’이다.
에코프로도 약간의 자사주를 갖고 있었지만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자사주 마법’은 동원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오너일가 지분을 확 높였다. 자사주를 이용 안한 것만 다를 뿐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지분을 확 높였다는 점에서는 ‘자사주 마법’과 효과는 비슷했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젊었을 때 삼성 계열사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와 계열사 지분을 늘렸다가 호되게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도 당시로는 불법은 아니었다. 다만 오너일가라는 특수지위를 이용하고 회사의 온갖 정보를 활용해 자기 돈은 거의 안들인채 재산과 주식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것이었다.
작년 에코프로 유상증자 전후 이동채 회장 일가 및 가족회사의 에코프로 지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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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
이선이 |
김애희 |
이승환 |
이연수 |
이룸티엔씨 |
이 회장과의 관계 |
본인 |
여동생 |
부인 |
아들 |
딸 |
가족기업. 지분:아들과 딸 각 30%,이회장과 부인 각 20% |
11월유상증자 전 지분율 |
13.11 |
1.07 |
0.04 |
0.10 |
0.08 |
3.74 |
증자후 지분율 |
19.92 |
1.59 |
0.06 |
0.15 |
0.12 |
5.68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동채 회장 일가의 방식도 자기 돈 거의 안들이고 주식 등 재산가치를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자사주 마법이나 이재용 케이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기술개발에만 매진, 어렵게 자수성가한 좋은 이미지의 신흥기업가라면 돈 버는 방식도 과거 재벌과는 달라야 할텐데 크게 다르지지 않다. 오히려 지주회사제도와 인적분할, 유무상증자 등의 허점만 교묘하고도 정교하게 백분 활용했다.
그런데도 주류 언론들은 이 문제에 거의 눈을 감고 있다. 지주사 전환 당시 일부 주식투자자들만 온라인투자방 등에서 ‘돈한푼 안들이고 지주사 지분 늘리는 꼼수가 작렬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뭐하나’라며 비판 글들을 올렸을 뿐이다.
기업공시분석 전문매체인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작년 이 문제에 대해 “인적분할 분할비율을 순자산의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바로 이 맛에 최대주주가 인적분할을 하는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적분할 때 기준이 되는) 순자산의 장부상 가치와 시가의 괴리는 인적분할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율에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 자사주 마법은 저리가라(일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에코프로 장부가격대로 83:17로 인적분할했다면 시장주가도 비슷해야 하는데, 주가는 오히려 HN이 더 높거나 비슷했기 때문에 이런 변칙적 재산늘리기가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이 끝난 8월16일 현재 주가는 에코프로가 118,200원으로 작년보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반면 HN주가는 61,100원으로, 작년 8월의 절반 수준까지 곤두박질쳐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에는 오너 지분 늘리기를 위해 에코프로 주가는 의도적으로 누른 반면 HN주가는 계속 부양작전을 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동채 회장 일가의 변칙적인 주식과 재산 불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다양한 수법들을 다음 편에서 계속 더 파헤쳐 보기로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