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전에 낙찰 물량·가격 정하고 입찰 예행 연습하기"도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사전에 입찰 예행 연습까지 하면서 공공 부문 철근 입찰을 나눠 먹은 현대제철 등 11개 철강업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조사도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20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한 제강사 7개와 압연사 4개 등 11개 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866억1300만원, 동국제강 461억700만원, 대한제강 290억4000만원, 한국철강 318억3000만원, 와이케이스틸 236억5300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00만원, 한국제강 163억44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또 담합을 주도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담합에 가담한 11개사(와이케이스틸의 경우 분할존속회사인 야마토코리아홀딩스)에 대해 ‘행위금지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주택·건설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력 파급력이 큰 철근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행위를 시정한 것"이라며 "원자재·중간재 담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4개(파산 또는 폐업한 3개 사업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 철강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할 연간 130만∼150만톤(약 9500억원) 물량의 철강에 대한 조달청 입찰에서 각자가 낙찰받을 물량뿐 아니라 입찰 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 담합으로 이들은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의 탈락 업체 없이 98.94~99.99%의 투찰율(예정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로 약 5조5000억원 매출의 발주를 따냈다. 기업들은 각 업체의 생산능력, 과거 조달청 계약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 입찰 담당자들이 우선 만나 물량 배분을 협의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과도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하고, 투찰 가격은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공동으로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들은 입찰 당일 대전역 인근 식당 등에 모여 배분 물량,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