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GS그룹은 최대주주인 허씨 일가들이 대대로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갖고, 경영에도 대거 참여하기로 유명한 재벌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GS의 최근 공시를 보면 대주주 명단에 등장하는 허씨 성(性)의 사람들만 무려 42명에 달한다. 상무보 이상으로 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중인 허씨들도 20명에 이른다. 허만정 창업자의 3세들은 물론 홍(烘) 자 돌림의 4세들까지 대거 주주와 경영진에 올라있다.
2020년부터는 드디어 5세까지 대주주명단에 등장했다. 바로 올해 만 14세의 허성준 군이다. 허만정 GS창업자의 장남이 고(故)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이고, 그의 장남이 허남각(84) 현 삼양통상회장, 허남각의 장남이 허준홍(47) 현 삼양통상 대표, 그리고 허준홍의 장남이 허성준이다. 허 군은 GS 허씨가의 장장손인 셈이다.
허 군의 아버지 허준홍 대표는 GS지분율 2.85%로, 4세 홍 자 돌림들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허 군의 어머니는 유한양행 유일한 창업주의 종손녀인 유재상씨다.
허 군은 만 12세때인 2020년 8월19일과 24일 2회에 걸쳐 장내에서 GS 주식 14,806주를 현금매수했다. 투입된 돈은 5억원. GS측은 모두 허 군의 자기자금이라고 당시 공시했다. 주식거래방법도 잘 모를것이고, 주식거래자격도 없는 12세 어린이가 어떻게 장내에서 이렇게 주식을 매수하고, 또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증여세를 제대로 냈는지는 모르지만 십중팔구는 부모나 가족이 증여한 돈이었을 것이다. 주식거래도 부모나 아버지 회사 직원들이 대신 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허 군은 그후 지금까지 주식 매수 1회, 매도 3회를 거쳐 현재 17,137주(지분율 0.02%)의 GS 주식을 보유중이다. 2일 현재 시가로 7억원 안팎에 이른다.
언론에선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객관적 능력이 아직 없는데도 어린 나이에 주식이나 부동산 부자가 된 사람들을 ‘금수저’나 ‘슈퍼 금수저’ 라고 부른다. 능력 유무를 떠나 부모 덕으로 태어날때부터 부자가 되었다해서 붙여준 부정적인 의미의 별칭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식이나 부동산을 넘겨 각종 세금 부담을 덜고 향후 안전하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재벌들이 이런 방법들을 자주 쓴다고 한다.
GS의 허씨 대주주 42명중에는 허성준 군외에도 ‘주식 금수저’라 불릴만한 주주들이 여럿 또 있다. 허태수(65) 현 GS그룹 회장의 외동딸 정현씨(22)는 아직 학생 신분으로 보이는데도 현재 47만7,273주(지분율 0.51%)의 GS 주식과 95만3,879주(1.11%)의 GS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 시가로만 480억원대의 주식이다.
정현씨는 지난 3월 연차배당으로만 양 회사로부터 21억9,400만원을 받았다. 또 2020년 이후에만 11회에 걸쳐 GS주식 27만4557주를 장내매수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97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 21세인 허석홍씨도 현재 410억원대의 GS주식(1.08%) 주식보유자다. 석홍씨의 부친 허용수(54)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5남 고(故) 허완구 전 승산 회장의 장남이다. 허완구 전 회장은 승산이란 독립기업을 스스로 일으켰는데, 석홍씨는 승산 지분 6.1%도 보유중이다.
<GS 대주주 허씨 가문의 현재 주식 금수저급들>
이름 |
나이 |
집안 |
2020년이후 GS주식 매입량(주) |
20년이후GS주식매수 및 매도 횟수(회) |
20년이후 GS주식거래 자금(억원) |
소속회사 및 보직. 직업(현재 GS지분율) |
허성준 |
14 |
창업주 허만정 가문 장장손 |
매수 18,498주
매도 1,361주 |
매수 3회 매도 3회 |
매수자금 6.24억원 매도자금 5,607만원, |
학생추정(0.02%). |
허정현 |
22 |
허태수 그룹회장 외동딸 |
매수 274,557주 |
매수 11회 |
매수자금 97.49억원 |
학생추정(0.51%)
|
허선홍 |
23 |
창업주 4남 허신구의 장남인 허경수의 장남 |
매수 258,724주 수증 10,684주(누나 허수연이 증여) |
주식매수 11회 수증 1회 |
매수자금 95.53억원 수증 3.76억원 |
학생추정(0.55%)
|
최영민 |
30 |
허신구 장녀 허연호의 3남 |
수증 80,028주(어머니 허연호가 증여) |
수증1회 |
수증액 30억원 상당 |
직업 알수없음(0.12%) |
허원홍 |
31 |
허신구 차남 허연수의 장남 |
매수113,732주 수증 192,014주(부친 허연수가 증여) |
장내매수 27회 수증 1회 |
매수자금44.80억원 수증액 73억원상당 |
알수없음(0.97%)
|
허성윤 |
29 |
허연수 장녀 |
매수21,350주 |
매수 4회 |
매수자금 9.98억원 |
알수없음( 0.27%) |
허석홍 |
21 |
허만정 5남 허완구의 장남인 허용수의 장남 |
매수 20,000주 |
매수 5회 |
매수자금 10.5억원 |
학생추정(1.08%)
|
허정홍 |
18 |
허용수의 차남 |
매수160,000주 |
매수 8회 |
매수자금 60.97억원 |
학생추정(0.67%)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정리>
석홍씨의 바로밑 동생 정홍씨도 18세 나이에 시가 250억원대의 GS주식(0.67%)과 승산 지분 4.8%를 들고 있다. 정홍씨는 지난 2년간 61억원을 들여 GS주식 16만주를 더 사모으기도 했다.
허선홍씨도 불과 23세인데도 51만5,549주(0.55%)의 GS 주식을 보유중이다. 현 시가로 211억원에 달하고 지난 3월 10억3,100만원의 배당을 받았다. 지난 2년동안 95억원을 투입해 25만8724주를 더 장내매수했고, 누나 허수연씨로부터 1만684주를 증여받기도 했다.
선홍씨는 창업주의 4남인 고 허신구 전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경수(65) 코스모그룹회장의 장남이다. 선홍씨는 아버지 회사인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신소재 주식들도 약간씩 보유하고 있다.
허신구 전 명예회장의 차남은 허연수(61) 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인데, 그의 장남 허원홍씨도 불과 31세 나이에 360억원대(GS지분 0.97%) 주식부자다. 원홍씨는 20대때 벌써 주식평가액이 300억원대에 달했다고 여러차례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지난 3월 받은 배당만 17.9억원에 달한다.
재벌닷컴은 2009년 재벌가 어린이 주식부자 순위를 집계, 발표한 적 이 있다. 이때 1, 2, 4위를 GS 허씨 일가 자녀들이 모조리 차지했다. 1위가 허석홍(당시 시가 234억원), 2위가 허정현(102억원), 4위가 허선홍씨(35억원)였다.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GS그룹으로 독립했다. 독립 당시 GS홀딩스 대주주명단을 보면 그때 이미 허석홍(12만7764주), 허정현(6만8045주), 허선홍(5만6604주)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각각 3세, 4세, 5세였다. 거의 유아기때부터 부모가 주식을 증여하거나 주식매입자금을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주주명단에는 이들 말고도 당시 10대나 20대 허씨들이 11명이나 더 있었다. 이들 모두 부모덕에 주식부자가 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들 모두가 지금도 GS 대주주들임은 물론이다. 오래전부터 이미 GS 허씨 일가는 ‘슈퍼 주식 금수저’들로 유명한 그룹이었던 것이다.
다른 재벌들도 10년, 20년전만해도 어린 주식부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변칙적인 부의 세습 행태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자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특히 삼성이나 SK, 현대차, LG 같은 대그룹들에선 이제 거의 보기 어렵다. 10대그룹으로 쳐도 GS그룹 정도만 아직 심하게 남아있다고 볼수 있다.
유독 GS 허씨들에 ‘주식 금수저’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는 그룹 출범때부터 유달리 형제일가가 많았던데다, 웬만하면 골고루 주식을 나누어주고 같이 먹고살자는 허씨 집안 특유의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허만정 GS창업주는 모두 8남을 두었다. 장남 허정구 집안은 3남2녀, 2남 허학구 집안이 1남3녀, 3남 허준구가 아들만 5명, 4남 허신구 2남2녀, 5남 허완구 1남1녀, 6남 허승효 2남1녀, 7남 허승표 1남1녀, 8남 허승조 2녀 등이었다. 엄청난 대가족인 셈이다.
GS창업주 허만정 8남 가문의 GS지분 합계(22년7월말현재 %)
장남 허정구 집안(3남2녀) |
2남 허학구집안(1남3녀) |
3남 허준구집안(5남) |
4남 허신구집안(2남2녀) |
5남 허완구 집안(1남1녀) |
6남 허승효집안(2남1녀) |
7남 허승표집안(1남1녀) |
8남 허승조집안(2녀) |
14.53 |
0 |
16.19 |
7.15 |
9.04 |
1.05 |
0 |
2.68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GS 주식지분율도 특정 집안 독식이 아니라 골고루 나눠갖고 있다. LG와의 동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3남 허준구 집안이 GS지분 16.19%로 가장 많고, 장남 허정구 집안이 14.53%, 5남 허완구 집안 9.04%, 4남 허신구 집안 7.15%, 8남 허승조 집안 2.68%, 6남 허승효 집안 1.05% 등이다.
2남과 7남 집안은 왠일인지 GS지분이 하나도 없고, 따로 독립해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2남 집안은 현재 새로닉스 및 엘앤에프그룹, 7남 집안은 피플웍스 그룹이다. 모두 짭짤한 기업들이다. 5남과 6남 집안은 GS그룹 경영과 지분에 참여하면서도 각각 승산 및 알토라는 사실상의 독립기업들을 또 독자경영하고 있다. 모두 과거 LG나 GS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일부는 얽혀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런 문화이다보니 GS그룹은 한편으론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주식금수저나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고배당 논란들도 끊이지 않는다”라면서 “이미 5세로까지 넘어올 만큼 계속 자손들의 숫자가 더 늘어나고있는 점등을 감안해 근본대책을 강구해야되는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