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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7) 최저임금 산출기준 ‘들쭉날쭉’ 법 고쳐 시정하라
[새 정부 개혁입법 과제](7) 최저임금 산출기준 ‘들쭉날쭉’ 법 고쳐 시정하라
  • 권의종
  • 승인 2022.07.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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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처지는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반목보다 공통의 곤란과 이해에 협력할 때...각자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 공존공영을 이룰 수 있어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의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에 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이사장 정종석)과 공동으로 새 정부의 개혁입법 과제를 부문 별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금융소비자연맹,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산고 끝에 옥동자가 태어났다. 내년 최저임금이 5.0% 오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3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60원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인상률 5.1%와 비슷하다. 노사 모두 불만이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표결을 거부했다. 치솟는 물가에 5.0%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하락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폈다. 사용자위원 9명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했다. 

표결은 나머지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소속 5명과 공익위원 9명, 기권 처리된 사용자위원 9명을 의결 정족수로 했다.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가결했다. 공익위원들이 단일 안을 제시하고 노사 일부가 반발하며 퇴장하는 식의 파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를 포함 최근 10년간 공익위원 안이 표결에 부쳐진 게 벌써 일곱 번째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셈이다.

기준이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맞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매년 기준이 들쭉날쭉 제멋대로다. 내년도 인상률 5.0% 산출 근거만 봐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하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 2.2%를 뺀 수치라 한다. 그렇게 쉽게 산출할 거면 구태여 노·사·공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조차 필요 없어 보인다.

얼마를 올릴지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꽤 맞춘 듯한 인상이 짙다. 그래놓고도 공익위원들은 한치 거리낌이 없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 당당하게 주장한다. ‘현 상황’을 강조하는 걸 보면, 2년 연속 사용해온 이 계산식이 내년에도 쓰일지는 미지수다. 모르면 몰라도 그때 가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또 다른 산식을 꺼내 들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은 파급효과가 더 문제...기업은 ‘인력 감원’,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할 기세

최저임금법에도 충실치 못하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규정한 제4조1 내용과도 괴리가 있다.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경제 상황과 측정하는 시점, 주체, 기간별로 달라지는 변동치를 기준으로 한 건 적절치 못하다. 통계적 오류도 눈에 띈다. 3가지 기준 지표들은 상호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연결돼있다. 변수 간 중복 영향을 제거하지 않고 원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면 오류가 생긴다.

최저임금은 인상 폭 그 자체보다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가 더 위협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이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 방법으로 ‘신규 채용 축소’ 36.8%, ‘기존 인원 감축’ 9.8% 등 고용을 줄일 거라는 의견이 46.6%에 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내용은 더 심각하다. 소상공인 65.7%가 최저임금 인상 시 대처 방안으로 ‘기존 인력 감원’,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소기업이나 영세업자가 임금을 올려 주려면 기존 일자리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바둑의 격언처럼 기업이 먼저 살고 봐야 근로자를 고용하고 임금도 올려 줄 수 있다. 당장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근로자의 사정을 헤아리긴 어렵다. 

정작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수가 증가일로다. 2001년 57만여 명이던 2018년 311만여 명, 2021년 321만여 명으로 계속 3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2010∼2015년엔 11%대를 유지하던 최저임금 미만율도 최저임금이 8.1% 올랐던 2016년 13.5%로 급등했다. 2018년에는 15.5%, 2021년 15.3%로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 비율이 농림어업은 55%, 음식·숙박업은 40.2%에 이른다. 

반발과 퇴장 등 파행과 졸속심의가 반복돼 온...현행 최저임금 위원회 결정 방식은 손봐야

이런 일련의 현상은 최저임금이 고용주인 기업의 지급 능력을 넘어서고 있음을 여실히 방증한다.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찌 됐든 최저임금은 해마다 그것도 크게 올랐으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가 갈수록 늘고 일자리는 날로 주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최저임금의 역설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부 근로자는 혜택을 보는 건 맞다. 그런데 취업 준비자와 저숙련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는 되레 손해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실제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임금이 올라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고물가로 임금 인상 요인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물가만 문제가 아니다. 성장, 투자, 고용 사정이 하나같이 심각하고 무역과 재정 적자 또한 위태롭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이 긴요하다. 반발과 퇴장 등의 파행이 반복되고, 속전속결식 졸속심의가 일상화된 현행 위원회 결정 방식은 한계를 드러냈다. 어떤 형태로든 손을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그간의 경과가 다 허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경험과 학습 효과를 토대로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다면 그만한 전화위복이 없다. 최저임금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대립이 극명한 사안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더구나 지금은 당면한 경제 상황마저 엄중하다. 기업 경영이 힘들고 근로자 삶 또한 고단하다. 다들 힘든 마당에 자기주장만 고집했다간 공멸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어찌 보면 오월동주(吳越同舟) 신세나 다름없다. 서로 반목보다는 공통의 곤란과 이해에 대한 협력이 긴요한 때다. 각자 조금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 공존공영을 이룰 수 있다. 근로자도 살고 기업도 살고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경영학박사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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