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주52시간제 개편, 아직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경제부총리가 민간연구회 등 조언 받아 검토해보라고 한 사안"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부가 월 단위 연장 근로시간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지난 23일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해외 주요국은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며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앞서 정부가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노동시장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추진 과제로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00시간대보다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이 장관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히 줄이면서 기본적인 제도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주 52시간을 넘게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등 작년 4월 보완된 유연근로제가 절차와 요건이 복잡해 활용률이 10%에도 못 미친다.
이 장관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을 밝혔다. 이를 통해 실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제도는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 근무를 하고,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이 적은 주에는 40시간만 근무하고 일이 많은 주에는 64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노동부는 이와 더불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하는 등 제도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고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노동부의 이 같은 근로시간 개편 방안은 주 52시간제를 사실상 무력화해 근로자들의 과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면 극단적으로 일 주일에 92시간 근무하는 것이 제도상 허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주간 기본 근로시간은 40시간에 '월 단위' 최대 연장근로 시간 52.1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사용하면 일 주일에 최대 92.1시간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장관은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이직이 잦은 저성장 시대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인구구조, 근무환경, 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2.87배에 달할 만큼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성이 강하다.
이 장관은 "불과 3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5%로 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청년, 여성, 고령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음 달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4개월간 구체적인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키로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주52시간 개편 문제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갖는 자리에서 “주52시간 개편에 대해 노동계에서 반발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경제부총리가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가지고 노동부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면서 “노동부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