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낮추고 건전성 높여라”?...檢 출신 금감원장의 '엇박자' 주문
“대출이자 낮추고 건전성 높여라”?...檢 출신 금감원장의 '엇박자' 주문
  • 권의종
  • 승인 2022.06.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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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방법이 합당해야...상반된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하게 되면 어느 하나도 하기 어려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윤석열 정부에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붙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통령실은 물론 내각과 정부 핵심 자리에 연이어 발탁했던 때문이다. 검찰 업무와 거리가 먼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감원장에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을 임명한 걸 두고 설왕설래했다. 

이력을 보면 금융 문외한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였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검찰 출신이어서인지 몰라도 금감원장 취임 후 행보는 광폭이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중은행 행장들과 간담회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첫 일성(一聲)이 예대금리차 축소였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취약차주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금리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채무상환 부담이 많이 늘어나며, 가계와 기업 모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급증할 수 있음을 걱정했다.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도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첫 금감원장...업계와 간담회에서 일성(一聲), ‘취약차주에 대한 예대금리차 축소’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은행장들은 취약계층의 피해를 걱정하는 금감원장의 뜻은 이해한다면서도 뭔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경제가 어려운데 은행만 많은 이익을 낸다’라는 언급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그동안 돈도 많이 벌었고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익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말에 압박을 느끼는 낌새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내리라는 것이 ‘관치금융’의 소지가 큰데도 말이다. 

금감원도 원장의 ‘과도한 예대금리차’의 발언 부분이 신경이 쓰였던지, 부연 설명에 나섰다.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나타낸 것일 뿐, 시장 개입은 아니라며 선을 그으려 했다. 글쎄다. 어디까지가 우려이고 어디부터가 개입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금감원장은 단지 우려만 표했다는데 은행들은 잔뜩 겁을 먹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예대금리차가 해외 은행에 비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은행 측 주장도 아전인수 격이다. 유리한 근거를 끌어댄 인상이 짙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 등 미국 4대 상업은행의 올 1분기 순이자수익(NIM)은 1.67~2.16%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1.49~1.66%를 웃돈다는 설명이 쉽게 수긍이 안 간다. 사실이 그렇다 해도 미국은 미국이고 한국은 한국이다. 금융환경이 다른 나라 은행의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약하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강조한 이 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글로벌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복합·동시 위기 국면으로 진단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졌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경제 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협상력 높이려면...은행 금리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금리 역경매’ 시스템 도입 필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와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려면 이익잉여금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이자 이익을 확대해야 맞다. 예대금리차를 줄일 게 아니라 되레 늘려야 한다. 올 1분기 이자 이익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는 낮추고 건전성은 높이라는 건 이율배반이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되는 행동을 강요하는 꼴이다. 은행으로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할 노릇이다.

정부가 매달 예대금리차를 ‘은행별·신용점수 구간별’로 공시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통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경쟁을 유도하려는 발상 자체가 순진무구하다. 이론적인 수준보다 대출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의 우월적 지위와 유리한 협상력 때문이다. 소비자의 금리부담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요구권의 활성화가 어려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금융소비자의 지위와 협상력을 높이려면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여러 은행의 금리 조건을 비교해 대출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금리 역경매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할 수 있다.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과거 신용보증기금에서 ‘온라인 대출장터’라는 이름의 제도를 운용, 가시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소비자들은 예대금리차보다 실제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에 더 민감하다. 

금융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복합위기 상황이다. 소비자의 금리부담도 덜어주고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옳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방법이 합당해야 한다. 그래야 이행이 쉽고 결과가 좋다. 상반된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하게 되면 어느 하나도 하기 어렵다. 두 마리 토끼는 커녕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엇박자는 어긋남의 서막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경영학박사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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