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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딜레머(하) '내부거래' 판명 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삼성물산 딜레머(하) '내부거래' 판명 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6.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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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공장건설 물량이나 삼성전자 고액배당 등 그룹의 갖가지 지원이 없었다면 삼성물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쪼그라 들었을 듯...사실상의 지주회사답게 삼성물산은 배당수익으로 먹고살고 있는 셈...이재용의 '애물단지'라면, 삼성물산의 역대 경영진들은 벌써 수도 없이 사퇴했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올1 분기중 삼성전자외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들도 모두 2,550억원의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을 올려주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의 최소 40% 이상을 매년 삼성전자와 삼성계열사들이 책임져 주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전자이고, 또 삼성물산은 오너지분이 집중된 사실상 지주회사인 만큼 삼성전자 등이 이문도 넉넉하게 보장해 줄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내부거래에, 오너지분이 많은 회사라면 당연히 일감몰아주기 의혹대상이 된다. 실제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몇 안되는,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다. 공정위도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하나하나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가 세계적 첨단기술기업이고, 기업기밀과 보안이 너무 중요해 공장건설 공사 등을 삼성물산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공정위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어도 기업보안 등의 문제가 있으면 공정위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공정위가 문제화한 것은 없었다.

삼성물산이 지금도 공사중인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공사물량으로는 삼성전자 평택 FAB3기 신축공사를 들수 있다. 공사기간이 2020년 2월~2022년 12월이고, 공사금액이 무려 3조4,098억원에 달한다. 6,856억원짜리 삼성디스플레이 기흥SDR 신축공사도 있다.

삼성물산이 현재 공사 중인 국내외 삼성전자 공사장은 모두 22곳, 공사수주액은 합쳐 8조461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외 다른 계열사들의 공사장수는 모두 6곳, 1조1,197억원 규모다.

작년 이후 영업이익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최소 3배 이상 많은 것도 다른 대기업에서 보기 어려운 삼성물산 만의 특징이다. 별도기준 올 1분기 영업이익 2,200억원에 당기순익이 7,341억원에 달했고, 작년에도 이 금액이 각각 2,492억원, 1조9,168억원이었다. 작년에는 당기순익이 영업이익보다 무려 8배 가량 더 많았다.

 

삼성물산 매출에서 삼성전자 기여비중(별도기준 %)

 

삼성물산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올려준 매출비중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올려준 매출비중

22년 1분기

25

38

2021년 연간

20.5

41.5

<자료 금융감독원전자공시스템>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익이 몇 배 더 많은 이유는 배당 등 영업외수익들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기타영업외수익이 무려 2조7,738억원에 달했다. 이중 배당수익이 1조5,460억원, 투자자산처분이익이 5,600억원, 기타수익 4,125억원이었다. 배당수익은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준 배당금이 무려 9,009억원, 삼성생명이 준 배당액이 967억원, 기타 계열사 318억원, 다른 관계-공동기업 배당합계가 5,034억원이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답게 삼성물산은 배당수익으로 먹고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작년은 삼성전자가 역대급의 엄청난 배당을 마구 뿌린 한해였다. 삼성전자는 주주친화정책 등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 후 유족들의 상속세부담을 고려한 역대급 배당이었다는 추측도 많았다. 그 덕에 삼성전자 지분율이 5.01%인 삼성물산도 이처럼 엄청난 배당세례를 갑자기 받았다.

삼성전자 공장건설 물량이나 삼성전자 고액배당 등 그룹의 갖가지 지원이 없었다면 삼성물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쪼그라 들었을 것이다. 이미 회사가 없어지거나 이러저리 분해되었을 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이 집중된 회사여서 그나마 이정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물산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룹내 최고-최대기업이었다. 대졸자 취업희망 1순위로, 누구나 선망하는 종합상사였다. 그러나 일반기업들이 자체무역 기능을 속속 갖추는 바람에 종합무역상사가 쇠퇴하면서 이 모양이 되었다. 상사가 쇠퇴하자 그룹에서 먹고살으라고 건설과 제일모직, 에버랜드 등까지 붙여 주었으나 계속 이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어느 기업이든 장사가 잘 안될 수가 있고, 이익률이 극히 낮을수도 있다. 장사가 계속 안되면 문을 닫으면 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그렇게 하기 어려운, 특수한 기업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가 주식지분을 집중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일가는 다른 재벌들과는 좀 다르게 자기 자금보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 자금들을 적절히 동원해 그룹을 확장해 왔다. 그러다보니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등에는 오너일가 개인지분이 많지 않다. 삼성물산에만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3.75% 몰려있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식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는 또 서로 같이 출자하거나 교차투자하는 식으로 다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2015년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후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1년 삼성물산에 배당금을 지급한 계열사와 배당금액(억원)

삼성전자

삼성생명

기타 계열사합계

다른 국내외 관계사 및 공동기업 합계

9,009

967

318

5,034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계적 대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일가 직접지배력이 적어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문제만 없다면 이런 지배구조도 그런대로 굴러갈만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들이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을 지배하고 있다는게 항상 문제다. 이른바 금산분리의 문제다. 여기에다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처분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계속 삼성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문제까지 일거에 해결해 이재용 지배구조를 완전하게 안착시키려면 삼성물산이 제 구실을 해주어야 한다. 삼성물산이 돈을 많이 벌어 삼성생명과 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오든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인적분할하고 서로 합병하는 길 밖에 없다.

문제는 어느 경우든 최소 30조~40조원 이상의 자금력을 삼성물산이 갖고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니면 삼성전자(시가총액 387조원)의 18분의1에 그치는 삼성물산(현재 21조원대)의 시가총액을 적어도 100조원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계속 이렇게 고전하다보니 지금 최대한 동원할수 있는 삼성물산의 자금력이라고 해봐야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자사주 등을 합쳐 겨우 5조원이 될까말까다. 영업실적 등 이렇다할 호재가 없다보니 주가도 크게 움직일 기미가 없다. 오너일가는 또 고 이건희 회장 상속세 12조원도 제대로 못내 쩔쩔매고 있다.

삼성물산의 종속 자회사인 삼바가 무럭무럭 크고있는게 오너일가들에겐 그나마 유일한 희망일 것이다. 유사시 삼성물산 보유 삼바지분을 삼성전자에 팔아 필요자금을 마련할 희망이 그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바도 삼성물산이 자력으로 키웠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전폭 지원으로 사실상 키웠다고 보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이런 애물단지라면, 삼성물산의 역대 경영진들은 수없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또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과거 최고 경영진 몇분은 아직도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삼성물산 상근 사장직에 앉아 있다. 오너 일가가 이들에게 무슨 신세같은걸 져서 그런지는 알수 없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 때에 업종다각화나 업종전환 등을 효율적으로 못한 탓일 것”이라며 “과거 삼성내 최고 인재들이 몰렸다는 이 회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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