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막 도착한 무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 선물을 받은 셈이다. 특히 한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가결 여부는 이날 오후 들어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인준안 가결’로 당론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부결 쪽으로 결론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덕수 총리 문제가 매듭지어짐에 따라 이제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한 장관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한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도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듯 싶다. 한 총리 인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한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낸 서면 브리핑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정 수행의 동반자인 야당과 더 긴밀히 대화하고 협력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안 처리의 조건으로 정 후보자 낙마를 거론해 왔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한 후보자 인준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맞서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전날부터 "한 후보자를 인준해주면 정 후보자도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논리로 민주당을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자가 결국 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발표하기보다 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으로 거취 문제가 정리되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산업 규제 혁신과 관련, 정 후보자의 역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기대가 컸다"며 "지명 철퇴 형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부터 2박3일 방문 일정에 들어간 만큼 이슈 분산을 피하기 위해 정 후보자가 즉시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내부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정 후보자 거취 역시 늦어도 그 전까지 매듭지어질 것 같다. 현재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은 18개 부처 중 교육부와 복지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장관이 임명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 후 새로운 후보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 부담으로 여러 후보군이 고사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새로운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도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해 출발이 빠른 편이다. 민주당도 이런 점(총리 인준)을 내세우며 협치를 요구한다. 그 첫 발은 정호영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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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제작국장, 법조대기자, 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