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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 위기'의 악몽...새 정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서둘러야
'테킬라 위기'의 악몽...새 정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서둘러야
  • 권의종
  • 승인 2022.05.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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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 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35) 당분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가속화...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긴급 과제는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 유출 막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테킬라 위기'가 ‘막걸리 위기’로 재현되면 안 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권의종 박사

[권의종 칼럼] 테킬라는 멕시코 고유의 전통술이다. 멕시코 서부에 위치한 할리스코주의 도시 테킬라(Tequila)의 이름을 땄다. 용설란의 일종인 아게이브 수액을 채취해 발효시킨 후 이것을 증류한 술이다. 용설란 줄기를 쪄서 분쇄한 뒤 즙을 짜 설탕,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다. 이것을 여과한 뒤 2번의 증류를 거쳐 알코올 도수 40% Vol.의 오드비를 만들어낸다. 

테킬라 중 최고로 꼽히는 테킬라 100% 아가베는 다른 명시가 없는 한 최소 51%의 용설란으로 만든 것을 의미한다. 블랑코나 실버는 따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에 넣은 것이다. 골드 또는 호벤 오 아보카도는 참나무통에서 2개월 숙성시킨 것이다. 2개월~1년 숙성시킨 것은 레포사도, 2~10년간 숙성시킨 것은 아녜호라는 명칭이 적용된다.

전통적으로 길고 좁은 글라스에 따라 서빙한다. 잔 받침에 라임 슬라이스와 소금을 곁들여 대조되는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마실 때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만들어지는 움푹한 곳에 소금을 올려 살짝 핥은 다음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이어 동그랗게 썬 라임 조각을 빨아 먹는다. 원래는 지방 토속주로 고급술은 아니었다. 1960년 전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테킬라’라는 재즈에 의해 유명해졌다. 특히 1968년 멕시코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졌다.

테킬라는 세계화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증류주협회(DSC)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테킬라의 시장점유율은 30.1%나 된다. 연간 매출액은 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7조 원에 육박한다. 1970년 이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보드카의 자리를 위협하는 정도다. 아직은 동유럽 원산의 증류주인 보드카가 점유율 42%로 수위를 지키고 있으나, 지금 추세라면 머잖아 순위가 역전될 수도 있다. 

멕시코의 자존심이자 상징어인 ‘테킬라’...외환시장에서는 유명은 커녕 오명(汚名)으로 인용

멕시코의 자존심이자 상징어가 된 ‘테킬라’. 외환시장에서는 유명은 커녕 오명(汚名)으로 인용된다. 1994년의 멕시코 경제 위기 때문이다. 당시 심지에 불을 댕긴 건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4년 2월부터 1년 만에 6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3%에서 6%로 두 배 올렸다.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이 멕시코의 금융위기로 번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멕시코의 전통술 테킬라에 취한 거 같다’해 '테킬라 위기'라 불리게 됐다.

테킬라 위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조짐이다.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그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은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의 2배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올해 두세 차례 추가 빅스텝, 이른바 점보 스텝도 예고했다. 그러면 연말 금리 상단이 연 2.75%에 이른다. 연초 연 0~0.25% 수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만에 연 3% 선에 다가서는 것이다. 

슈퍼 달러가 독주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에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달러 강세나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는 물론이고 달러 대비 비교적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마저 약세를 면치 못한다. 달러화의 ‘나 홀로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남 얘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우리 경제에도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다. 한국 경제는 대외 개방 수준이 높아 환율이 급등하면 금융시장 변동이 커지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는 구조다. 실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가속화, 중국 봉쇄령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경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미국 긴축과 달러 강세 대비해야...인플레이션 억제, 달러 유출 방어, 환율 안전장치 마련 등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끝없는 추락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보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거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연속된 ‘셀 코리아’ 강풍에 코스피가 2,500선대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2,500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듣기 거북하다. 

믿었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해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졌다. 예삿일이 아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감당치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장 외화 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보유한 외환도 넉넉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권고를 참조로 해 추산하면, 우리나라에 적정한 외환 규모는 6,810억 달러 수준이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4,493억 달러에 그친다.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긴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응하여 우리도 금리 인상의 고육지책이 불가피하다. 부작용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를 따질 겨를이 없다. 외환위기 위험의 노출을 피하려면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 유출을 막는 게 급선무다. 외화 유출을 방어할 보루를 쌓아야 한다. IMF로부터의 금융도 방법이나 마땅한 대안이 못 된다. 유리한 지원 조건을 얻어내기가 힘들 뿐더러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혹독한 구조조정 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그나마 현실적 대안은 한미 통화스와프다. 이도 쉽지 않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도 필요로 해야 한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달러가 부족할 때 유동성을 푸는 수단으로 통화스와프를 이용했다. 지금은 미국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상황이라 가능성이 작게 평가된다.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나라는 유럽연합(EU)·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 5개국 뿐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긴급 과제다. 테킬라 위기가 ‘막걸리 위기’로 재현되면 안 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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