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7%가 적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5분의 1이 세입자 전세금으로 빚을 돌려막고 있어 전세금 하락 시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가계 재무 상태가 적자인 가구의 특징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2052만 가구의 17.2%인 354만가구가 적자 가구에 해당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에 기반한 이 보고서는 이들 적자 가구의 연평균 경상소득을 4600만원, 원리금 상환액을 4500만원, 필수 소비지출을 2400만원, 이자 외 비소비지출을 900만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적자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이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98%를 차지해 벌어들인 돈을 거의 빚 갚는 데에만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대비대출비율이 높은 가구가 적자 가구의 61.5%를 차지했는데, 이들의 평균 부채는 4억원으로 다른 가구들보다 4배가량 높았다. 소득이 지출에 미치지 못해 빚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또 적자 가구 중 66만가구(18.6%)는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월세 보증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을 가능성이 커 전세금 하락 등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음도 지적됐다.
노형식 연구위원은 "이들 66만 가구의 평균 임대보증금은 2억1천만원"이라며 "적자이면서 임대를 놓는 가구는 2년마다 들어오는 보증금 인상분을 수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전셋값이 하락하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취약가구의 보증금이 경제충격 파급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