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내외 충격 흡수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조한 가운데, 국내 4대 은행의 충당금 잔액이 전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4대 시중은행의 충당금 잔액은 총대출채권의 0.44%로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충당금은 대출 채권 부실에 대비해 순이익 일부를 떼 낸 것으로 비용으로 처리된다.
서 연구원은 “과거 부도율 중심으로 산정하다보니 대출자의 미래 부도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자 상환대출에 있어 부도위험을 높이는 변수는 대출금리, 자산가격 변동 등인데, 충당금을 적립할 때 이러한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동금리 이자상환 대출의 부도율과 손실률은 향후 대출금리, 가계 소득 증가율, 자산시장 등 외부 여건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국내 은행의 원리금 상환대출 비중은 순증 기준으로 20~30%,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80%대에 근접해 있다.
비은행 대출과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고정금리 원리금 상환 비중은 20%가 안 된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 수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1%p 인상할 경우, 기존 대출자 이자상환 부담은 1년만에 41%나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만일 미국 은행 평균인 1.5% 수준보다 낮은 1% 수준을 적립하면 각 사별로 평균 1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1.5% 수준을 적립하면 각 사가 부담할 비용은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는 “이 정도 규모는 올해 연간 실적의 부담 요인으로, 최근 국내 은행들이 추진하는 배당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충당금 규모는 자기자본의 5% 수준으로 이미 주가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사안”이라며 어느 정도 충당금이 반영되는 시점에 주가 역시 단기적인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