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최근 사의를 밝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일 합병이 불발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내 조선이 빅2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쌍용차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쌍용차가 경쟁력이 없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이날 퇴임 전 마지막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 5년간 산업은행의 성과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최근 합병이나 매각이 불발된 대우조선해양, 쌍용차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해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조선업 대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모를까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초 EU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이 무산됐을 때 무리한 합병 추진이 원인이 됐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졌을 경우 조선 시장점유율은 과반이 넘고 경쟁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도 25%p 이상으로 명백히 경쟁제한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러한 리스크가 자명함에도 무리하게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 정부와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기업결합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양대 조선사의 독점적인 구매자로서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지면서 하도급 불공정 거래구조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었으며, 경쟁제한성을 상쇄할 효율성보다는 인력 및 공급체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기, 지역산업 황폐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참여연대는 덧붙였다.
이 회장은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경쟁력, 지속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KG그룹, 쌍방울그룹 등 재매각에 참여한 여러 기업이 예비실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의 성공적인 재매각과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산은 본점의 지방 이전에 대해서는 "산은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 일"이라며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다시 한번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전 주장의 근거가 되는 '지역균형발전론'과 관련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특히 부울경 지역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다. 기간산업이 부울경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