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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은 퇴계(退溪)처럼...금융경력자 활용해 중소기업 자금난 풀자
퇴직은 퇴계(退溪)처럼...금융경력자 활용해 중소기업 자금난 풀자
  • 권의종
  • 승인 2022.05.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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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뉴스 창간 10주년 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29) 기업의 돈 가뭄, 제도적 지원 부족에도 기인하나...있는 제도도 몰라 못 쓰는 경우 다반사...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차제에 금융 관련 제도와 서비스 운영에 대한 재검토 필요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 <편집자 주>

권의종 대표

[권의종 칼럼] 우리 역사에 위대한 대학자를 꼽으라면 퇴계(退溪) 이황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시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교육자, 정치인이다. 1501년 경상도 예안현, 지금의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34살 늦은 나이에 문과에 합격했다.

관직 생활은 무난했다. 남보다 빠른 승진을 하지도, 주류에서 빗겨나 있지도 않았다. 주변에 이렇다 할 정적도 없었다. 대체로 평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황의 관료 생활이 그랬다는 것이지 조선의 왕실과 조정이 평온했다는 뜻은 아니다.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에게는 세자가 한 명 있었다. 모친 장경왕후는 세자 출산 후 7일 만에 산후병으로 숨졌다. 중종의 계비이자 세자의 계모인 문정왕후가 왕비가 됐다. 문정왕후는 중종 재위 말년에 경원대군을 낳았다. 자신의 소생인 경원대군을 왕위에 옹립하고 싶어 했다. 중종의 편애까지 더해지며 조정이 양분됐다. 세자를 지지하는 대윤(大尹)과 경원대군을 지지하는 소윤(小尹)으로 갈렸다. 이때 이황은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았다 

중종 사망 후 세자가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제12대 인종이다. 대윤의 득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병약한 인종은 재위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어 경원대군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제13대 명종. 명종의 나이가 어려 문정왕후가 섭정에 나섰다. 소윤 세상이 됐다. 문정왕후와 소윤이 대윤에 정치적 보복을 감행하니, 이게 을사사화다. 당시 이황의 나이 46살. 그로부터 2년 후 문정왕후가 왕권 강화를 위해 사림파까지 탄압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부패하고 문란한 중앙의 관계를 떠나고 싶어 외직을 지망했다. 충청도 단양군수, 경상도 풍기군수를 역임했다. 지금도 그 지역에 가면 그와 관련된 일화가 무성하다. 백운동서원을 조선조 최초 사액서원, 소수서원으로 조성했다. 그가 세운 도산서당은 훗날 도산서원으로 발전했다. 관직에서 물러나서는 후진 양성과 학문 연구에 매진했다. 300명 넘는 제자를 길러냈고 그의 시조들은 이때 쓰인 것들이다. 왕성한 활동과 탁월한 업적은 그의 퇴직 이후에 이뤄졌다.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 심각...금융권 퇴직자는 ‘구직난’, 중소기업은 고급 인력 ‘구인난’

이황의 행적이 그러했듯 퇴직은 종말이 아니다. 새로운 출발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인력 운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금융인의 무더기 퇴직 사태가 벌어진다. 점포 축소, 인력 구조조정, 비대면, 디지털화 등으로 정년도 다 못 채우고 평생을 몸 바쳐온 일터를 떠나고 있다. 명예퇴직이 봇물 터지듯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20개 은행의 해고·명예퇴직에 쓴 돈이 2조3,540억 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새 2,000명 넘는 은행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함께 불어나는 양상이다. 증권업계도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국내 59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명예퇴직금은 571억8,292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이 9조28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과 대비된다. ‘호황형’ 퇴직이다.

금융인력의 퇴직은 개인적인 실직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 노하우 등이 일거에 사장되고 만다.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가 문제다. 중소기업에서 전문 인력 확보는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기 어렵다. 기업을 꾸려가려면 가장 필요한 게 돈인데, 자금 조달과 재무 관리에 정통한 고급 인력이 태부족한 상태이다. 

기업의 돈 가뭄은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치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있는 제도도 몰라 못 쓰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하다. 집안에 산해진미가 잔뜩 차려져 있는데 문밖에서는 쫄쫄 굶고 있는 거나 다를 바 없다. 금융기관은 대출처를 찾지 못해 실적을 걱정하고, 기업은 제도를 알지 못해 돈 가뭄에 시달리는 어이없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이럴 때 금융전문가가 살짝 귀띔만 해줘도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금융 퇴직 인력 활용은 ‘일거양득’...기업에 유익 크고, 퇴직자는 ‘인생 2막’ 설계의 호기

퇴직 인력 활용은 일본이 발 빠르다. 퇴직자에 대한 호칭부터 다르다. ‘신(新)현역’이라 높여 부른다. △퇴직전문인력 기술지도사업, △매니지먼트 멘토 등록제도, △신현역 매칭지원사업 등을 제도화해 체계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기술지도는 1991년 발족한 ATAC라는 기업의 전직 임원으로 구성된 기술 컨설턴트 그룹이 주도하는 민간지원사업이다. 대기업 출신 숙련기술기능자를 지방 중소기업들에 파견해 기능과 노하우를 전수한다. 

멘토 등록제도는 퇴직 전문 인력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등록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업에서 경영 애로점을 문의해 오면 정부와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협력해 해결해 주는 지원 시스템이다. 신현역 매칭 지원은 대기업 은퇴 전문 인력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연결해 기술개발, 생산제조 뿐 아니라 경영전략·기획, 판매·마케팅 분야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일본이 하는 걸 우리라고 못 할 바 없다. 여건이 갖춰진 금융 퇴직자 활용부터 추진하는 게 순서일 수 있다. 실제로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상당수 확보돼 있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가 양성한 금융해설사 만도 천 명에 육박한다. 중소기업 경영지도사, 금융교육 강사, 컨설턴트 등의 인력풀도 탄탄하다. 이들을 잘만 활용하면 기업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게 할 수 있다. 또 퇴직자에게는 ‘인생 2막’ 설계의 기회가 돼 일거양득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차제에 금융 관련 제도와 서비스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여러 제도와 사업을 기관별로 제각각 시행하다 보니 효율이 떨어진다. 자금지원, 컨설팅, 멘토링, 상담, 교육사업 등을 연계·통합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문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독보적인 성리학의 이론 체계를 완성한 이황처럼 말이다. 재미 삼아 사족을 달자면, 천 원권 지폐에 퇴계의 초상이 들어 있는 걸 보면 그도 전생에 금융과 인연이 꽤 깊었던 성싶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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