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세제 혜택 줘야 하고 위기시 변동성 확대 우려 논란 소지도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우리 국채의 내년 9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재추진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국채 시장 발전이나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고려할 때 WGBI 편입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편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상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WGBI에 가입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홍 부총리는 설명했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돼 추종 자금이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최종 편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으로 원화 채권에 대한 저평가가 발생한다"며 "WGBI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의 이점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WGBI 편입을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발행 잔액 500억달러(액면가 기준) 이상, 신용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 이상 등 정량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정성 조건은 충족하지 못해 외국인 투자 문턱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국채 매입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경감해줘야 하는데 이럴 경우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나면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험도 따른다는 지적이다.
WGBI에 편입하려면 우선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의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9월 연례심사 시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FTSE와 사전협의를 진행한다는 전제로 빠르면 올해 9월 관찰대상국에 포함되고,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편입국의 경우 통상 6개월∼1년에 걸쳐 잔존만기가 최소 1년 이상인 국채를 대상으로 편입 비중을 확대한다.
우리나라의 WGBI 편입 시 최종 편입 비중이 2.2%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WGBI를 추종하는 기관은 이 비중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