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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8% 종부세와 무관”?...황혼이혼 부추기는 세제·금융·청약제도
“국민 98% 종부세와 무관”?...황혼이혼 부추기는 세제·금융·청약제도
  • 권의종
  • 승인 2022.03.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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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세금 때문에” 다 늙어서 갈라서야 하는 세태...결혼은 축복이지 죄악일 수 없는데 신혼부부 혼인신고 방해하기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혼이 줄어든다. 국내 이혼 건수가 낮아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통계’에 나타난 바다. 지난해 이혼은 10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4.5%, 5,000건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의 이혼 건수가 3년 만에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이혼 횟수가 줄었다. 경기침체 지속과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서 안 좋은 소식만 들리던 차에 그나마 반가운 희소식이다. 

연간 이혼 건수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다. 내림세가 뚜렷하다. 외환위기 충격이 본격화한 1998년 11만6000 건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1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는 11만 건 밑으로 떨어진 뒤 지난 해에 감소 폭이 커졌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이혼율(CDR)도 2.0건으로 전년 대비 0.1건 줄었다. 

이혼 감소 추세에도 노령층 이혼, 황혼이혼만 늘고 있다. 2019년 1만5천 건에서 2020년 1만 6천600건, 지난해 1만 7천900건으로 2년 만에 20% 증가했다. 결혼한 지 10년, 20년, 30년까지의 이혼은 줄어든 데 반해 유독 3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만 7.5% 늘었다. 이런 흐름은 이혼자의 결혼생활 지속 기간으로도 확인된다.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7.3년으로 전년보다 0.6년, 10년 전보다 4.1년 늘었다. 

통계청의 설명은 의례적이다. 황혼이혼의 증가가 평균 수명의 연장과 가치관 변화 등에서 비롯됐다는 형식적 설명에 머문다. “과거보다 평균 수명이 늘고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10~20년 전에는 드물게 보이던 황혼이혼이 최근 자주 관찰된다”라며 “사회적으로 전반적인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어 황혼이혼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얼버무린다. 사돈 남 말 하듯 한다. 

이혼 감소 추세에도 황혼이혼 증가... 무거운 세금 감당 어려워 이혼 결심하는 노부부 늘어

황혼이혼 중에도 위장 이혼도 상당할 거라는 추론이 나온다. 실제로 부부 금실이 좋은 데도 늘그막에 이혼을 마음먹는 부부가 심심찮게 감지된다. 무거운 세금 때문이다. 평생 아껴 모아 집을 여러 채 마련, 집세로 생활하는 노령층이 그런 경우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감당이 어려워 이혼을 결심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겪는 억울함은 더하다. 양도세는 일시적 2주택자에 세금 중과를 피해갈 수 있으나 종부세는 그런 혜택도 없다. 

그렇다고 가진 집을 처분하자니 다주택자를 위협하는 높은 양도세가 걸림돌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다. 답답한 마음에 세무사를 찾아 절세 방안을 의논하나, 돌아오는 답변이 실망이다. ‘이혼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혼을 통해 각각 1가구 1주택자가 되면 조세 부담은 확 줄어든다. 정부가 노년층의 위장 이혼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신혼부부의 혼인신고도 방해한다. 결혼해도 혼인신고는 일단 안 하거나 늦추는 게 유리하다. 신혼부부 혜택이 혼인신고일 기준 7년까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소득이 부부합산으로 잡혀 대출이나 주택청약에서 불리해진다. 특별공급에서 부부 중 한 명만 신청할 수 있다. 생애 최초, 중소기업 특별공급도 부부 가운데 한 명만 가능하다. 반대로 혼인신고를 안 하면 부부가 각각 청약할 수 있다. 

청약 때도 혼인신고를 늦게 할수록 혼인 기간이 짧아져 점수가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혼인 기간이 3년 이하면 3점 만점, 3~5년은 2점, 5~7년은 1점을 얻는다. 또 혼인신고를 안 하면 조정지역에서 각자 한 채씩 취득세 중과(重課)를 피할 수 있다. 반대로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2번째 주택에서 8% 취득세를 내야 한다. 

최상의 고령화 대응... 정부가 사회 구성원 스스로 젊을 때부터 노후 대비에 노력하게 하는 것

종부세도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혼인신고를 하면 공제가 각각 6억 원까지 가능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각각 공제가 11억 원까지로 늘어난다. 양도세 역시 혼인신고를 했을 때 추가 주택에 대해 조정지역 20% 중과에 해당하나, 혼인신고를 안 했을 때는 추가 주택 역시 비과세된다. 

다주택자는 이래저래 불리하다. 소유한 주택의 가격을 다 합친 금액이 비싼 집 한 채 값만 못해도 더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서울 강남권 등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한다. 집값이 오르는 곳에서만 오르고, 다른 곳에서는 되레 내려가는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한다. 이 모든 게 ‘1가구 1주택’ 기준을 전가의 보도처럼 예외 없이 적용하는 데서 파생되는 역기능이다. 

잘못됐으면 고치는 게 맞다. 아직 그럴 기색이 안 보인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의 아연실색, 소득 없는 퇴직 노년층의 망연자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아무 잘못 없는 소유자는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덤터기를 써야 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당시 정부가 보인 태도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민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라는 이치에도 맞지 않는 구변(口辯)을 늘어놨다.

시대의 화두, 고령화 대응이 뭔가. 정부가 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 정책과 제도를 강화하고, 평생 교육, 재취업 기회 제공 등 노년층 경제 활동을 장려하며, 의료·복지 시설을 확대하는 정도로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스스로 젊을 때부터 노후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정부가 후원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파경(破鏡)이나 부추기는 지금의 세제, 금융, 청약은 분명 문제가 있다. 결혼은 축복이지 죄악이 아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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