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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의 시장실패 더는 안돼...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교과서
정부 개입의 시장실패 더는 안돼...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교과서
  • 권의종
  • 승인 2022.02.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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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정부 개입과 지난(至難)한 시장경제 현실...시장경제는 말 그대로 ‘시장이 먼저, 정부는 나중’
애덤 스미스, 시장가격은 수요-공급 일치시키고,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성장한다고 설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가 좋다. 가맹점 가입 혜택이 많다. 가입비가 없다.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전년도 매출액 8억 원 이하면 결제수수료가 0%다. 소비자에 돌아가는 이점도 크다. 연말정산 때 3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15% 공제 대비 월등하다. 제로페이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가맹점 수 140만 개, 결제액 3조5천억 원, 가맹점 수수료 절감액이 290억 원에 이른다. 

제로페이 혜택은 이 말고도 또 있다. 10% 할인율로 발행되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살 수 있다. 애물단지였던 지역 상품권의 인기가 급상승한다. 상품권 발행 지방자치단체가 2018년 66곳에서 2021년 232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액도 3,700억 원에서 17조3,000억 원으로 뛰었다. 농할상품권, 수산대전상품권, 한우사랑상품권은 최대 30% 할인 판매된다.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가 채 안 되는 점에 견줘보면 큰 메리트다.

서울특별시도 자치구 별로 서울사랑상품권을 10% 싸게 판다. 100만 원어치 상품권을 90만 원이면 산다. 나머지 10만 원은 정부예산으로 보전된다.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눈먼 돈’이다. 서로 쓰려 난리일 터. 현실은 딴판이다.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등 이른바 부자 동네는 인터넷 발매 순간 상품권이 동난다.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자치구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빚어진다. 발매 후 한참이 지나도 상품권이 안 팔리고 남아있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예산을 지원받은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시장을 빼앗고 있다. 제로페이에 본업을 침범당한 카드사는 손실 만회를 위해 고금리 카드론 시장에 뛰어든다. 2022년 1월부터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규제 강화로 더 높은 금리로 자영업자대출, 현금서비스 시장을 공략한다. 소상공인 돕자는 제로페이가 되레 이들을 힘들게 한다. 소비 촉진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도 서민보다 부자를 더 이롭게 한다. 모순과 역설이다.

소상공인·서민 돕자는 제도가 되레 이들을 힘들게 해...과도한 가격통제로 시장 기능 무너져

관치(官治)의 홈그라운드는 금융권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금리 왜곡이 다반사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가 주로 찾는 2금융권의 금리가 1금융권보다 높은 게 일반적 현상이다.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흔하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2금융권 상호금융 금리보다 높은가 하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낯설지 않다. 

정부는 자본시장 개입도 마다치 않는다. 기업공개(IPO) 때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인하를 유도한다. 정부 개입에 부담을 느낀 기업은 공모가를 내리곤 한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하는 ‘따상’이 흔한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1경 원의 기록적 금액이 몰린 것은 시장 왜곡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단기 차익을 얻은 투자자는 빠져나가면 그만이나 기업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공기업도 정부 통제의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가격 개입으로 수익을 제대로 못 내고 있다. 원래 물어야 할 금리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며 자금을 조달한다. 이자 부담 증가는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연료비 움직임에 따라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2021년 1월 도입된 이유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로 조정 단가가 동결됐다. 최근에도 3월 대선 이후로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며 흐지부지된 상태다.

정부는 민간 영역에까지 간섭의 손길을 뻗친다. 무리한 가격통제로 주유소 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대는 알뜰주유소에 민간 주유소가 밀려나는 추세다. 2016년 1만1,899곳이던 국내 주유소는 지난해 말 1만1,142곳으로 5년 만에 757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는 108곳이 늘어 민간의 빈자리를 정부 지원 주유소가 대체하고 있다. 

정부 개입 필요하나 일시적·최소화돼야... 가격을 오랫동안 지나치게 짓누르면 부작용은 필연

알뜰주유소 부상의 이면에는 정부 지원이 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정유업체로부터 싼 가격에 기름을 입찰받아 대량 구매한 뒤 거의 이문을 안 남기고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그 덕에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 소비자가격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정부 측 설명이나 수긍하기 어렵다. 노골적인 정부 개입에 일반주유소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 개입의 폐해로 따지면 부동산 시장만 한 곳이 있을까. 정부가 27차례에 걸쳐 시장 개입 정책을 쏟아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약이 아닌 독이 되고 말았다. 떠올리기조차 부담스러운 실패 시리즈였다. 임대차 3법을 강행하자 전·월세 시장에 대혼란이 빚어졌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민간 아파트 공급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불렀다. 전세대출 제한은 월세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명저 국부론에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외부 간섭 없이도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기능을 가진다고 설파했다. 경제는 가격의 자동 조절 기능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한다는 논리를 폈다. 틀린 말은 아니나 맞는 말도 아니다. 필요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게 맞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당면한 경제환경이 그렇게 호락호락지 않다. 

다만, 정부 개입은 일시적이고 최소화돼야 한다. 가격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짓누르면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에도 이런 현상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국민 고통을 키우는 정부 개입의 시장실패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지금까지 겪은 시행착오와 치른 대가로도 족하다. 시장경제는 말 그대로 시장이 먼저고 정부는 나중이다. 잘못 끼어들면 사고만 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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