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기업지원프로그램 등 주요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해 위기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합니다.”
권남주(61)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임 사장은 지난 18일 취임사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권 신임 사장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상고와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경영학과(석사)를 졸업했다. 1978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가 1998년 캠코에 입사했다. 인재경영부장,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5월까지 캠코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이례적으로 발탁된 내부 출신 인사다. 그동안 캠코는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관료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게 관행이었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 MOF와 파이아의 합성어)들의 퇴직후 '놀이터'로 인식돼 왔다. 관가와 업계에서는 전임 사장의 야당 입당, 기존 후보군의 인사검증 문제 등 뒷말이 나온다.
캠코는 1962년 성업공사로 시작해 60년 간 대부분 고위관료 출신 인사가 사장을 맡아왔다. 1980년대에는 군인 출신 인사가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1999년 취임한 제18대부터 권 사장 전임인 제25대까지 모두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재무부 포함) 출신 관료들이 맡았다. 캠코는 금융위원회 소관 준정부기관이지만 2008년 출범한 금융위에서 고위직을 지낸 캠코 사장은 홍영만 전 사장 정도이다.
이같은 관례를 깨고 정권 말에 관료나 낙하산 출신 인사가 아닌 내부인사가 캠코 사장으로 선임된 데에는 전임 사장의 야당 입당으로 기재부가 청와대 눈밖에 난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 출신으로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문성유 전 사장(58·행시 33회)은 임기 중인 지난해 10월 사장직을 사퇴하고 같은 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오는 6월 치르는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의 공공기관 수장이 여당도 아닌 야당 소속으로 정치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정권의 시선에서는 곱게 볼 일이 이니지 않느냐”고 전했다.
한편 캠코 주변에서는 기재부 인사 몇몇이 물망에 올랐으나 검증에서 탈락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 전 사장 사퇴 후 처음에는 기재부 고위관계자 A씨가 유력했다가 또 다른 현직 관료인 B씨로 후보가 바뀌었다는 설이 나왔다. 당사자들도 인사검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종 발탁되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