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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입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걱정이 크나 기대도 된다
마침내 도입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걱정이 크나 기대도 된다
  • 권의종
  • 승인 2022.01.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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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로 제도가 시행된 만큼 운영이 관건... 소기의 목적 달성하도록 운용의 묘 살리는 게 방책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담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5곳 등 131곳이 대상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를 노동자 측 대표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수가 동의한 비상임 이사 1명을 임명해야 한다. 임기는 2년이고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노동이사가 선임된다.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은 기타공공기관에 해당, 이번 공운법 상 도입 대상에서 빠진다. 하지만 공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만큼 이들 공공기관에서도 머지않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노동이사제란 무엇인가. 근로자 대표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자를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경영진과 주주 뿐 아니라 노동자도 기업에 중요한 지분을 갖는 이해당사자라는 인식이 제도의 기저에 깔려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다.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사회의 최고 절반까지를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생기는 제도는 아니다. 2016년 9월 서울시가 정원이 100명 이상인 13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도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밝힌 바 있다. 공공부문부터 도입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정부는 견제와 책임경영 기대, 경제계는 경영 간섭, 의사결정 지연 경계

정부와 노동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 확립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반대도 많다. 경제계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고,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가 담합, 본인들의 잇속만 챙기는 나쁜 풍조가 생겨날까도 걱정한다. 

그러잖아도 갈등적 노사 관계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자칫 노조 쪽으로 힘의 불균형을 한껏 심화시키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더욱 커질 것을 염려한다. 기업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 기업에 확대되면 이사회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해할 걸로 내다본다.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위축된 작금의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까 조바심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내놨다. '노동이사제의 공공부문 도입 현황과 공공기관 논의'라는 이름의 보고서다. 여기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의 직접 경영 참여를 통해 공공기관 낙하산 임용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로 기대된다"고 나름 좋게 평가했다.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다. "공공기관에서도 노사갈등이 빈번한 한국적 현실에서 공공기관에서 전면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전면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찌보면 찬반 주장은 논점 차이...반대 측도 도입 거부보다 제도 운영의 역기능 지적에 초점

기왕에 시행키로 한 이상 도입 여부에 대한 다툼은 의미를 잃었다. 어찌 보면 그동안의 찬반 충돌도 논점의 차이에 기인한 바 컸다. 반대론자 주장도 도입 여부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오용과 악용이 가져올 수 있는 역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다면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수밖에 없다. 추후 기획재정부가 시행령에서 제도 시행 시 예상되는 제반 문제점을 세심히 고려해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노동이사의 과도한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기업의 생존, 주주 이익, 공익보다는 고용안정, 임금 인상, 복리후생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를 차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도의 원조인 독일의 사례는 참고가 될 수 있다.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이원화,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는 법률 검토 등 제한적 역할만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노동이사제가 경영에 관련된 사항에는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이사가 기존 이사회 운영의 거수기가 될 수도 있는 점도 경계 사항이다. 통상 10여 명 내외의 이사회에서 노동이사가 한 명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사회에서 쓴소리하거나 표결에서 주류 의견에 반대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이사회 부의 전에 안건 조정 단계에서부터 노동이사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정보를 열람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 

노동이사제가 노조 간부의 감투로 악용되거나, ‘의사결정에 노동이사도 동의했다’는 식의 명분 쌓기에 동원되는 일도 안 생기게 해야 한다.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훈련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정부가 커리큘럼을 마련하거나 교육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한스뵈클러재단을 통해 노동이사에 대한 교육과 활동을 지원한다. 무릇 제도는 운영하기 나름. 선한 의도와 긍정적 마인드가 요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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