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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에 밀리는 창업...결국,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폐업에 밀리는 창업...결국,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권의종
  • 승인 2021.12.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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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다사(多産多死) 기업생태계에서 창업이 능사?... 생애주기별 고른 지원으로 경쟁력 길러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기업은 경제에서 활력의 다수여야 한다. 창업지원이 산업정책의 바탕을 이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창업지원이 활발하다. 2021년만 봐도 그렇다. 중앙 15개 부처에서 90개 사업에 1조4,386억 원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육성 전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1조2,330억 원으로 으뜸이다. 다음은 문화체육관광부 491억 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57억 원 순이다. 

광역지자체의 창업지원 또한 못지않다. 17개 시도에서 104개 사업으로 811억 원을 지원한다. 서울특별시가 14개 사업, 237억 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경기도 206억 원, 대전광역시 77억 원이 뒤를 잇는다. 지원 유형도 다양하다. 사업화 8,745억 원, R&D 4,207억 원, 시설 및 보육 1,080억 원, 창업 교육 828억 원의 순서다.

창업시장에 생기가 돈다. 2020년 창업기업 수가 전년 대비 15.5% 늘었다. 1,484,667개를 기록했다. 2018년 1,344,366개에서 2019년 1,285,259개로 줄었으나 2020년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창업이 주는 건 옥에 티다. 2018년 57,325개, 2019년 52,317개, 2020년 49,928개가 감소했다. 서비스업 창업은 부동산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17.9% 늘었다. 기술기반업종 또한 지식기반서비스를 중심으로 3.8% 증가했다. 

연령대별 창업이 시선을 끈다. 40대 창업이 391,010개로 가장 많다. 이어 50대 361,259개, 30대 315,784개, 60세 이상 240,438개, 30세 미만 174,728개 순으로 창업이 이뤄졌다. 전년 대비 60대 이상 창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60세 이상 부동산업과 도·소매업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이 창업기업에 편중...홀대받는 기존기업, 계속 혜택받기 위해 기업 신설 등 편법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창업은 성공적이다. 문제는 창업 이후다. 창업이 폐업에 밀린다. 통계청 발표 ‘2020년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가 잘 말해준다. 신생기업 3곳 중 1곳이 1년 못 버티고 소멸한다. 1년 생존율이 64.8%에 그친다. 이는 2018년 신생기업 중 2019년까지 생존한 기업의 비율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이 정도다. 팬데믹이 기업소멸에 미친 영향은 내년 통계에서나 확인할 수 있으나, 결과가 더 나빠질 건 불문가지다. 

한국 기업의 낮은 생존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질이 되었다. 1년 생존율이 2015년 62.7%, 2016년 65.3%, 2017년 65.0%, 2018년 63.7% 등 60%대 초중반대을 맴돈다. 2014년 신생기업 중 2019년까지 생존한 기업 비율, 5년 생존율은 32.1%에 불과하다. 10곳 중 7곳은 5년을 못 버티고 폐업한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서 창업기업으로 정한 7년 업력을 기준으로 하면 생존율은 23.5%로 더 떨어진다. 대다수 기업이 창업단계에서 망하는 현실이다.

이쯤 되면 어디가 문제이고 무엇이 답인지 절로 드러난다. 창업만 많이 하면 뭐하나. 폐업이 줄지 않는 걸. 넥스트로 이어져야 할 창업이 라스트로 끊기고 있다. 지원이 허술한 제도의 틈새로 줄줄 새고 있다. 다산다사(多産多死)의 후진적 기업생태계는 창업이 능사가 아님을 방증한다. 창업 쪽에 무게중심이 잔뜩 쏠려있는 현행 기업지원제도의 개선 당위성을 새삼 절감케 한다.

실제로 정부와 지원기관의 업무계획을 보면 창업지원에 업무가 너무 편중돼 있다. 한정된 재원에 기초로 하는 정부 지원이 모든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창업기업에 대한 후대는 기존기업에 대한 홀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소외는 반격을 부르는 법. 기존기업이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계속 지원을 받기 위해 전혀 도움도 안 되는 기업을 새로 만드는 편법을 궁리한다. 

창업이 긴요하나 생존과 성장도 중요...흥할 기업을 도와야지 망할 기업까지 지원해선 안 돼

그래도 무차별적 지원은 안 된다. 흥할 기업을 도와야지 망할 기업까지 지원할 순 없다. 나랏돈이 어떤 돈인가. 국민이 낸 혈세이고, 그도 모자라 다음 세대가 갚기로 하고 빚낸 돈이다. 고도화되는 산업구조에 적응치 못해 초래되는 한계기업의 퇴출이야 어쩔 수 없다. 경쟁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자연생태계의 자연도태와 같은 당연한 이치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기업소멸이 경제적 손실, 사회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멸기업 중에는 망해서는 안 되는 아까운 기업도 적지 않다. 고난도 첨단기술 보유업체, 수출 유망품목 제조업체, 수입 대체품 생산업체 등 사업성과 기술력이 뛰어남에도 자금 수급 불균형, 거래처 도산, 정부 지원 부족과 중단으로 속절없이 사라지는 우수 기업이 적지 않다. 

더구나 자사의 귀책 사유 없이 코로나 팬데믹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는 우수 기업의 소멸은 안타깝다. 기업 내부에 오랜 기간 축적돼 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일거에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 국민경제 전체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준다. 그 뿐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 경영자를 신용불량자로 만들며 급기야는 기업주의 자살이라는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킨다. 청산할 기업은 청산하더라도 되도록 많은 우량 기업을 알아보고 살려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이다. 

축성이 힘드나 수성도 어렵다. 창업이 필요하나 생존과 성장도 중요하다. 기업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자녀 양육이 어디 유아기에만 필요한가. 유소년기, 청장년기, 심지어 노년기에도 계속 보살핌이 요구된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으로 공들여 창업한 이상 계속기업으로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성장단계별 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시작과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에 와서 초라한 기업생존율로 대변되는 결과가 워낙 좋지 않으니 말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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