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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출산율에 관심 없는 대통령후보들
세계 최저 출산율에 관심 없는 대통령후보들
  • 최종찬
  • 승인 2021.12.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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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칼럼]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2070년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코로나의 영향이 장기화하면 4년 뒤인 2025년에는 0.52명까지 떨어진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의 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은 현재 1.4명이다. 65세 이상 인구를 총인구로 나눈 고령화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30년 25.5%, 2050년 40.1%, 2070년 46.4%로 가파르게 치솟는다.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에서 최악 시나리오의 경우 2070년 3153만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2045년경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40%도 넘는 나라를 상상해 보라. 소비와 생산 모두 크게 위축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3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인구 증가로 연금, 의료 등 복지비는 증가하는 반면 세수는 감소해 국가부채 급증이 예상된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당초 전망보다 3년 이른 2054년으로 당겨지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6%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만성 적자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세금으로 메워 줘야 하는 지원액이 더 확대될 것이다.

사학연금도 2023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되고 국민건강보험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따른 지원 확대와 고령화 지속 등으로 급격한 보험료 인상과 국고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국방도 어려워진다. 연간 출생자가 2020년 27만명에서 머지않아 20만명대로 줄어들 것이다, 그 절반인 10만명쯤이 남자아이라고 보면 현재의 60만 병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결국 모병제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에 따른 막대한 인건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정부는 국가부채비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50% 정도라며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은 고령화 비율이 현재의 한국과 비슷한 15% 수준이던 1990년대 중반에 국가부채비율이 60%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고령화 비율 28%에 국가부채비율이 무려 240%에 육박한다. 향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비율이 40%를 웃돌면 국가부채비율이 얼마나 올라갈지 감잡기조차 힘들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종합 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미흡하기 그지없다. 2006~21년까지 약 20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하였다고 한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그중 절반가량은 행복주택, 청년주거, 주택구입·전세자금, 다문화가정 등의 지원에 쓰인 간접 비용으로 국제 기준의 저출산 대책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동수당, 보육시설 등 국제 기준에 맞는 저출산 대책비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1,3%로 OECD 평균 2.3%에 크게 못 미친다. 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비는 외국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항간에서 “저출산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고 떠들지만 약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게 정확한 실상이다.

저출산 문제는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므로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안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대한 불만이 매우 많지만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 이 문제는 해결 가능한 일 아닌가?

저출산 고령화는 예정된 일이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무관심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20~30년 후에나 체감되므로 지금 대책을 강구해도 생색이 나지 않고, 대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기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통령후보는 표를 얻으려고 저마다 장밋빛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유력 후보 중 가까운 미래에 국가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할 저출산 고령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하는 후보는 없다. 모든 후보가 부동산을 거론할 뿐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당장 표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려는 대통령후보는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과 대처 방안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이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최종찬 (jcchoijy@hanmail.net)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저 서

최종찬의 신국가개조론, 매일경제신문사, 2008. 6
아래를 덥혀야 따뜻해집니다, 나무한그루, 20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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