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과도한 예대마진 자제” 당부…은행들 일제히 예·적금 0.4%P↑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올리고, 과도한 예대마진(이자수익)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해지자 5대은행 정기예금으로 6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최대 0.4%포인트 인상하자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돈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59조26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 직전인 11월 24일과 비교하면 6조1275억원 늘어난 규모다.
은행 예금의 증가는 무엇보다 예적금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정기예금 17종 및 적립식 예금 26종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높인 데 이어 내년 상반기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은이 내년 1월 1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 추가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1.25%에 달하면 은행으로 몰리는 유동 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 연초에 특판 상품 이벤트가 다수 나오다보니 정기예금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며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요건들을 꼼꼼히 파악해 상품에 가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대 4%대 은행 저축 상품도…저축은행도 정기예금 우대금리 적용
연 3~4%대 금리를 적용하는 은행 예·적금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안녕, 반가워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연 4.2%까지, 하나은행도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금리를 연 3.75%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이 상품들은 기존처럼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야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9일부터 자사가 판매하는 'OK파킹대박통장'과 'OK e-파킹대박통장'의 5억원 이하 금리를 기존 1.5%에서 2.0%로 0.5%p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상상인그룹도 두 계열사 저축은행에서 특판을 실시한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3일 각사 디지털금융 플랫폼인 '뱅뱅뱅'과 '크크크' 앱 전용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연 2.70%로 인상했다.
저축은행은 예대금리(고객에게서 받은 예금을 대출하면서 발생하는 금리) 차이가 시중은행의 4배에 달하는 등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자 예금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대금리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은 금융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리차 확대가 타당한지를 판단해서 감독당국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예대금리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타당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벌어졌다면 개입할 것이라며 금융권을 압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