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시중 5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자영업자들로부터 이자를 더 챙겼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KB금융 8조2554억원, 신한지주 6조6621억원, NH농협 6조3134억원, 우리금융 5조890억원, 하나금융 4조9941억원으로 모두 합하면 31조3140억원에 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이자이익 증가율은 NH농협(5.9%)을 제외하고 KB금융(15.6%), 하나금융(15.3%), 우리금융(14.9%), 신한지주(10.2%)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불리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 수요 등에 힘입어 금융권이 손쉽게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라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우대금리를 낮추거나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도 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11월 추가 인상 전망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고 최근 우대금리를 없애는 은행까지 나타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연간 이자 부담이 가계는 5조8000억원, 자영업자는 2조9000억원 증가한다는 게 한은 추산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70%대에 달해 금리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 같은 이자 상승 추세는 다중채무자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589조9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68.7%를 차지했다. 다중채무자는 지난 6월말 기준 140만6000명으로 2년 사이에 34만5000명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막대한 이자수익은 "서민들의 등에 올라타 잔치를 벌인 것과 같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출 규제까지 겹쳐 은행들이 소비자보다 훨씬 더 우위에 서게 됐다"며 "금융회사들은 이익도 내야 하지만 대출과 금리에 대해 서민과 자영업자를 좀 더 배려하는 공익적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