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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를 노려보는 고릴라 '하람베', 대선주자들도 한번 지켜보라
황소를 노려보는 고릴라 '하람베', 대선주자들도 한번 지켜보라
  • 정종석
  • 승인 2021.10.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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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에 쏠린 99%의 부(富)’의 편재현상...'빚투'-'영끌'에 빠진 우리나라 20-30세대들의 경제사회적 좌절감
여야 대권후보들, 한국사회의 경제사회적 불평등 현실 직시하고 젊은이들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해소방안 찾아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지난 2016년 5월 28일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고릴라 ‘하람베’ 총살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17세 수컷 고릴라 하람베는 자신의 우리 안으로 3살짜리 어린아이가 떨어지자 천천히 다가가 물 속에서 아이의 허리춤을 잡고 10여m 끌고 가는 행동을 보였다.

비슷한 행동이 두어번 반복되자 결국 동물원측은 결국 하람베를 사살했다. 아이가 우리 안으로 떨어진 지 불과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아이가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칭얼대다가 고릴라 우리의 안전 펜스 밑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에선 ‘하람베에게 정의를’라는 추모 운동이 벌어졌고 네티즌들은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의 부주의와 안전을 소홀히 한 동물원 측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1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하람베’를 추모하는 열기는 꾸준히 이어졌다. 당시 미국에서도 동물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청원과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 사피엔이 설치한 고릴라 하람베의 조각상이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마주하는 사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하람베는 동물원에서 비극적으로 사살된 바로 그 고릴라다. 조각상 주위의 바나나는 부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벤트에 사용된 바나나는 지역 푸드뱅크에 기증됐다.

이 사진은 ‘1%에 쏠린 99%의 부(富)’를 상징한다. 황소를 노려보는 고릴라 하람베의 조각상이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불평등을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황소상 앞에 잔뜩 쌓여있는 1만개의 바나나는 부의 불평등의 의미한다고 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은 과거보다 크게 좋아졌지만 잘사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최강대국인 미국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35%를 차지, 빈부격차가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상위 1%가 전체 부(富)의 35% 차지, 양극화 심화...중국의 빈부격차 지니계수, 무려 0.47로 미국 추월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지난해 소득은 전체 가구 소득의 3.4%에 불과하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는 미국 전체 소득의 절반이 넘는 50.8%를 차지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소득 하위 20% 가구보다 15배 가까이 많다는 의미다.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 상위 1%의 전체 소득 점유율은 18.8%에 달한다. 하위 50%의 소득 점유율 13.3%를 크게 웃돈다.

부(富)의 집중도는 더 극적이다. WID 집계를 보면 상위 1%가 미국의 전체 부의 34.9%를 차지한다. 파이 100조각 중에 35조각을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하위 50%는 전체 부 점유율이 1.5%에 불과했다.

같은 통계에서 2019년 한국의 상위 1% 전체 소득 점유율은 16.0%, 하위 50%의 소득 점유율은 14.7%로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의 부 점유율의 경우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2013년을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 부의 25%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1.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소 노려보는 고릴라...이달 18일(현지시간) 소셜 커뮤니티 사피엔이 설치한 고릴라 하람베의 조각상이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흥 강대국 중국 빈부격차도 지금 상상을 불허한다. 부의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1로 가까울수록 심각함)가 무려 0.47로 세계 최대 빈부격차 대국인 미국의 0.45를 추월했다. 이를 보변 중국의 빈부격차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또 한국의 0.35에 비하면 끔찍한 수준이다. 폭동을 비롯한 소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상위 부자 1%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무려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40%보다는 낫다고 할지 모르나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가 막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전체 국민의 무려 65%에 가까운 9억명이 저소득층이라는 사실 역시 중국이 상상을 불허할 만큼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라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들 중 약 3억명은 월 1000위안(한화 18만3000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은 한국사회의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 동의한다. 또 저마다 서민복지를 앞세우며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휘황찬란한 공약을 대하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천명한 달콤한 공약(公約)은 대부분 공약(空約)으로 끝났고, 약속은 용두사미로 그쳤기 때문이다.   

고릴라 ‘하람베’처럼 황소에 항의한다고 세상 안 변해...그런데도 마음 속에 고릴라가 있다는건 '묘한 딜레마'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해마다 수출은 늘어가는데도 절대 다수 국민의 생계는 갈수록 핍박해지고 있다. 빈부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행복지수는 100위권 밖이고, 이혼율ㆍ출산율ㆍ낙태율ㆍ청년불행지수ㆍ노인빈곤율ㆍ노인자살율 등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고 있다.

‘99 대 1’의 빈부격차, 가난이 대물림되는 신판 반상제 현상은 한국사회의 위기증세를 집약한다. 세계 억만장자 중 한국은 74%가 상속자로서 세계1위를 차지한다. 미국 28.9%, 일본 18.5%, 영국 6.4%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극소수의 초호화세력과 절대다수 서민층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동안 주식 수급 상태에 따라 주식 시세가 수시로 변동한다. 이처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황소(bull)와 곰(bear)의 싸움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황소를 노려보는 고릴라 ‘하람베’의 조각상이 미국에 설치됨으로써 앞으로 주식시장의 상징동물이 황소와 곰에서 고릴라까지 하나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나 주식투자를 한다. 젊은이들은 매월 타는 월급만 갖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그들은 황소가 되고 싶지 고릴라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빚투에 영끌을 하는 주식투자자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지금처럼 중산층이 무너지고 극소수의 초호화 세력과 절대 다수 서민층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날이 새면 부동산가격이 올라 집없는 사람들과 청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들이 뉴욕의 고릴라 ‘하람베’처럼 황소를 향해서 항의한다고 해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시에 그 마음 속에 고릴라가 있다는 것도 묘한 딜레마가 아닐까.

전 세계의 빈부격차를 보면 넷플렉스 인기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VIP들과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또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의 불평등을 악몽처럼 그린다. 미국에서의 현실은 훨씬 더 나쁘다”고 평가한 사실도 되새겨진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이 결전을 앞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최근 뉴욕에서 벌어진 ‘돌진하는 황소’상 퍼포먼스가 상징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또 한국의 청년들의 이 퍼모먼스 속 고릴라 신세와 사실상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깊이 숙고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사회의 경제사회적 불평등 현실과 이 속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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