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정부가 임대인, 임차인 분담 대책 내놔야...선의에 기대지 말로 강제해야"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지난 27일부터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시작됐지만 손실보상금의 절반 가량은 임대료 명목으로 고스란히 건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와 중소상인·자영업자 단체들은 지난 일 주일 간 전국 791명의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손실보상 및 상가임대료 현황을 실태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이번에 받는 손실보상금을 고스란히 연체된 임대료를 내는데 써야 하고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손실보상 예산의 절반 가량이 임대료 명목으로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김남주 변호사는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임대료를 연체 중이며, 4명 중 1명은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해 언제 강제퇴거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보상금의 상당부분이 고스란히 건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자칫 손실보상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반감될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당장 '임대료분담법, 강제퇴거금지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상인·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7일 임대료분담법, 강제퇴거금지법 등의 처리를 촉구하는 ‘코로나19 임대료를 멈춰라’ 캠페인에 돌입하며 명동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이재인 이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임대료 감면은 커녕 오히려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상당수가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볼링경영자협회 이현영 부회장은 "볼링장은 밀린 임대료 내고 나면 손실보상금 0원, 이제 빚도 더 낼 곳이 없는데 어떻게든 빚 내서 임대료로 내야 할 판이다"라며 "정부의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크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손실보상금만 주고 말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그 기간동안 발생한 임대료에 대해서도 정부와 임대인, 임차인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박지호 사무국장은 "정부가 코로나19 초기부터 임대인들의 세금을 깎아줄테니 임대료를 낮추자는 착한임대인 운동을 강조했지만 임대인들의 선의에만 기대다보니 성과가 거의 없었다. 최소한 집합금지·제한기간동안 발생한 임대료는 집합금지·제한조치가 강제적인 행정조치였던 것처럼 강제성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국회에는 임대료 분담(금지는 100분의 50, 제한은 100분의 30 등 분담 비율 다양), 임대료 유예 (법 시행 후 6개월 또는 재난지역지정 만료시까지), 강제퇴거금지 (유예기간 동안 차임연체 등을 이유로 한 명도소송 등 불가), 즉시해지허용 (임차인의 즉시해지청구 허용 및 보증금 감면 불가) 등 많은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법안들이 논의되어 처리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