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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삶'..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영욕의 삶'..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
  • 오풍연
  • 승인 2021.10.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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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달, 같은 날 사망했다. 이것도 운명일까. 노태우도 공과가 있었다. 우리나라 민주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나는 그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에 대한 평가도 사후 이뤄질 것으로 여긴다. 대통령 직선제를 부활시킨 사람은 노태우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나는 1986년 12월 언론사에 입사했다. 그 때부터 수습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이듬해 초 박종철 사건이 터졌다. 민주화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 이한열 열사가 숨졌다. 나도 연세대 시위 현장에 있었다. 이한열이 안치된 영안실을 밤새 취재한 기억도 난다. 서울시내에서는 매일 시위가 벌어졌다. 넥타이 부대까지 등장했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1987년 6월 29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노태우가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이른바 6‧29 선언을 했다. 어찌보면 전두환에 항명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선언이 변곡점이 됐다. 우리의 민주화는 그 때부터 탄력이 붙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선언 이후 시위도 잦아들었던 것 같다. 노태우는 물태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모셨던 참모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속으로는 무척 강단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두환 신(新)군부와 5공(共) 정권 내내 2인자의 삶을 보냈다.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1987년 부활한 직선제 대선에서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승부수가 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야권은 김영삼 김대중으로 분열했던 까닭이다. 6·10 항쟁으로 분출한 민주화 요구를 수용해 유혈 충돌없이 민간 정권으로 이양을 이끌어낸 점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5공 청문회 등을 열어 전두환 정권과 단절도 시도했다. 이 때 노무현이 청문회 스타로 등극했다. 재임 중 소련 해체기를 맞아 북방 외교를 펼쳐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중국과의 수교도 노태우 정부서 이뤄졌다. 반면 퇴임 후 12·12 군사반란과 수천억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처벌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그에게 제기된 5·18 진압 책임론은 평생의 멍에가 됐다.

5공(共) 정권 출범 후 수도경비사령관과 보안사령관을 거쳐 1981년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다. 고인은 곧바로 전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에 입당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정무 2장관, 체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민정당 대표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군 경력과 정치 활동의 대부분을 전두환에 이은 2인자로 보냈다. 그는 1987년 민정당 대표위원으로서 직선제 개헌 요구를 전격 수용한 6·29 선언을 했다.

직선제로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보통 사람의 시대’를 내걸고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3김(金)의 할거와 양김(兩金)의 분열 덕도 있었다. 김영삼(YS)·김대중(DJ)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해 독자 출마하면서 36.64%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영삼 문민정부가 탄생하도록 한 디딤돌 역할도 했다는 평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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