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잘한 일...모든 금융사 따르게 하라
기업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잘한 일...모든 금융사 따르게 하라
  • 권의종
  • 승인 2021.10.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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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급자 역대급 실적은 금융소비자 희생의 결과...상생은 기업에서보다 금융에 더 절실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IBK기업은행이 한 건 했다. 국책은행 이름값을 했다.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힘든 시기에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시 면제키로 했다. 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직접 약속했다.

은행이 먼저 결정한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이 슬쩍 옆구리를 찔렀다. “중도상환수수료의 존재 이유는 은행에서 계획한 만큼의 자금 수요가 없을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를 고객에게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는 자금 수요가 넘치는 상황으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나 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은행장이 엉겁결에 한 말일지 모르나 돈을 빌려 쓴 개인이나 기업에는 잘된 일이다. 대출을 받고 나서 여윳돈이 생기면 그때마다 상환할 수 있어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도 다른 차입자가 중도에 상환한 돈을 은행에서 새로 빌리는 게 가능해졌다. 은행으로서도 별 손해가 없다. 다른 부문에 활용하거나 신규 대출 자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여신 총량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차입하는 쪽에서 보면 중도상환수수료가 가볍지 않다. 금리 수준과 비교해도 낮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은행의 경우, 대출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금리형 기준으로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1.2%, 그 외 0.8%다. 기업은 부동산담보 1.4%, 그 외 0.9%다. 시중은행은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금융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최대 1.2%에서 0.6%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IBK, 중도상환수수료 일시 면제 검토...돈 빌린 개인·기업에는 잘된 일, 은행도 별 손해 없어

개념을 이해해야 실상을 파악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고객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경우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물리는 벌칙성 수수료다. 금융회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을 대출 등으로 운용해 다른 고객에게 빌려준다. 그리고 고객에게 빌려준 대출금 이자로 예금이자를 충당한다. 그런데 고객이 대출금을 예정보다 일찍 갚으면 금융기관 쪽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고객이 대출금을 만기 전에 미리 갚았을 때 금융기관은 남은 기간의 대출이자를 받지 못하면서도 다른 고객의 예금이자는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감해진다. 금융회사에서는 자금운용 계획을 세우는데, 대출이 조기상환 되면 새로운 운용처를 찾아야 한다. 찾는 기간 동안 자금 운용에 공백이 생겨 수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조기 상환자에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고객이 대출금을 미리 갚는 경우 금융회사가 보게 되는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고객에게 물리는 일종의 벌금이다. 선진국 금융기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일반화되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부터다. 1996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상승 추세여서 받은 대출금을 미리 갚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 후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중도에 대출금을 갚는 고객이 늘어났다. 그러자 중도상환수수료를 적용하는 은행이 생기기 시작했다. 1999년을 전후해서는 은행을 비롯해 보험회사 등에서도 이를 적용하고 나섰다. 지금 와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금융회사가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선제적 결단은 큰 박수 감이다. 다른 금융회사도 따라 하면 좋을 것 같다.

힘들수록 부담되는 고금리 대출...경제 회복 때까지만이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케 해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생소한 것도 아니다. 과거에도 금융회사가 대출 확대를 위해 자주 써먹던 방법이다. 지금은 경제도 어렵다.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기침체에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시중에 돈줄이 말라 있다. 돈이 돌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조이고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벼른다. 신용경색으로 대출 부실이 늘면 금융회사에도 좋을 게 없다. 금융소비자의 위험이 금융공급자로 전이되어 동반 부실을 피하기 어렵다.

힘들 땐 금융비용이 부담된다. 급할 때 끌어다 쓴 고금리 대출이 가장 곤욕스럽다. 단돈 얼마라도 생기거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서라도 이자가 높은 대출부터 갚고자 한다. 그게 맘대로 안 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장벽이다. 한번 빌리면 다 갚을 때까지 높은 이자를 물어가야 한다. 대출받을 때 한 약정인지라 어쩔 수 없다. 약관(約款)에 부동문자로 인쇄돼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수밖에.

이럴 때 필요한 게 정부다.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케 해야 한다. 금융은 투전판이 아니다. 화투나 트럼프 따위처럼 한번 내어놓은 패는 물리기 위해 다시 집어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낙장불입’이 금과옥조일 수 없다. 더구나 금융회사는 대호황이다. 거래 고객은 죽어나는데 금융회사는 승승장구다.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9조3,729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6% 급증했다.

순이익 급증 요인은 가계 및 기업 대출자산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이 1,052조 원, 기업대출이 1,049조 원에 이른다. 금리도 상승세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 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 금리는 2.79%였으나 올해 8월 3.1%로 올랐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게 금융소비자가 희생한 결과물이다. 상생은 기업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금융에 아주 긴요하고 다급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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