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부가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전세대출까지 건드리는 게 말이 되나요. 이제 전셋집도 아닌, 월세난민이 되란 말입니까?"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잇따라 제한하면서 ‘대출 절벽’ 으로 인한 피해를 실수요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전셋값 급등으로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났는데, 대출한도는 줄어들어 월셋방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연 6%대를 맞추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며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 8월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해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계약 갱신 시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축소했다. 임차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경우 기존에는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증액된 액수 내로 한도가 낮아졌다.
하나은행도 15일부터 이같은 방식의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대출 조이기 기조는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해서다. 앞서 금융 당국은 늘어난 유동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 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연 증가액을 전년 대비 5~6% 수준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연 증가액이 해당 수치를 웃도는 은행들이 나오면서 전세대출로 규제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은행권이 전세대출을 잇따라 제한하면서 불안에 휩싸인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13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3,314명의 청원이 모였다.
청원인은 "전세대출,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등 가뜩이나 올라버린 집값에 빌려야하는 금액은 늘어났는데 갑자기 대출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면서 "대출규제는 좋지만 제발 실수요자를 구분하고 규제를 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셋값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달 중 추가규제를 발표할 예정인 만큼 해당 방안에는 전세대출 규제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