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대표이사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책임도 부과했지만 피해액에 대비하면 미미 판단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경제개혁연대 등 대우건설 소액주주들은 14일 4대강 사업 입찰담합 등으로 대우건설이 입은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했다.
대우건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 공사,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등 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건설사들과 낙찰 받을 공구를 미리 협의해 나눠 갖거나 낙찰예정가 또는 공정ㆍ설비 등 포함 여부를 합의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282억원 상당의 과징금 손해를 입었다.
위 3건의 입찰담합은 주로 2009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대우건설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모두 회사의 손해로 전가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등 대우건설 소액주주들은 대우건설 이사들을 상대로 2014년 5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9월 1심 법원은 피고 가운데 서종욱 전 대표이사에게만 4대강 사업 입찰담합에 대한 법령위반 책임을 물어 4억 8천 4백만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서종욱 전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을 과징금 등 손해 대비 5%로 제한했고, 나머지 사건과 이사들의 책임은 지나치게 좁게 해석함으로써 담합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 정준영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을 깨고 피고 10인의 이사 모두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해 대표이사였던 박삼구 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고, 영주다목적댐 공사 및 인천지하철 공사 입찰담합 건에 대해서도 당시 재직하지 않던 이사 각 1명씩을 제외한 9명에게 책임을 물어 총 5억 1천만 원을 연대해서 배상할 것을 명했다(4대강 사업 3억 5천만 원, 영주댐 공사 4천 5백만 원, 인천지하철 공사 2억 9천만 원).
경제개혁연대는 항소심 재판부가 공정위의 담합 과징금 등을 회사의 손해로 보고 당시 재직 중이던 이사 10명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서종욱 전 대표이사의 경우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민사책임을 당연히 부담하지만, 나머지 이사와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이사들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제대로 된 운영으로 입찰담합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즉, 항소심 재판부는 “(이사들이)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사의 감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서종욱 전 대표이사 외 나머지 이사들에 대해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통제 구축 및 운용의무, 일반적인 감시ㆍ감독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3개의 입찰담합 사건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과 벌금을 회사의 손해로 파악하고 피고 이사들 모두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액을 1심 판결보다 2천 6백만 원 증가한 5억 1천만 원으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서종욱 전 대표이사의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책임을 손해액 대비 5% (약 4.8억 원)로 제한한 바 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나머지 9명의 이사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배상액은 오히려 3억 5천만 원(손해액 대비 3.6%)으로 감액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사의 임무해태 또는 감시ㆍ감독의무 소홀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총 손해 약 284억 원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