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KT(대표 구현모)가 1700억원을 들여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한다. 기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문기업까지 인수해 100조원 규모로 커질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T는 올 5월 오픈한 남구로 IDC를 비롯해 14개의 IDC를 보유하는 등 국내 IDC 1위 사업자다.
KT는 전세계 76개 지역에 100여개의 '샹그릴라' 호텔을 운영중인 말레이시아 쿠옥(Kuok)그룹의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지분 100%를 1억45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8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인수는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와 공동투자로 진행했다.
KT가 1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외국기업을 인수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자 지난해 3월 취임한 구현모 대표의 첫 해외 투자다. 구 대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뜻하는 디지코(DIGICO) KT 전략을 강조해왔다.
2003년 런던에서 설립된 엡실론은 세계 20개국 41개 도시에 260개 이상 해외분기국사(PoP)를 보유하고 있고 런던, 뉴욕, 싱가포르에 3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주요 사업 거점은 사업장 소재지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영국, 미국, 불가리아, 홍콩이다.
이를 바탕으로 엡실론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통신사와 기업고객 대상으로 PoP에 기반을 둔 본사-지점 연결 글로벌데이터 서비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주문형 고객서비스 ‘인피니’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연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엡실론의 세계 네트워크, 영업 거점, 기술력과 KT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세일즈 역량 및 국내 기업(B2B) 고객 기반을 결합하면 양사 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엡실론 인수를 통해 글로벌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지역과 고객을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아시아로 진출하는 해외기업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게 된다. 엡실론이 세계 주요 거점에 보유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솔루션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KT는 엡실론 인수로 확보한 글로벌데이터 사업의 인프라와 고도화된 서비스를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와 AI호텔·서빙로봇 등 디지털전환 사업에 결합할 예정이다. KT는 엡실론을 통해 IT 플랫폼 솔루션, 데이터센터, 해저광케이블 인프라 등 글로벌 통신 필수 분야 기업에 대한 전략적 인수합병(Bolt-on M&A)을 추진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세계 글로벌데이터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아시아 최고의 디지코 기업으로 도약해 KT의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