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천경득(48)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내년 5월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재인 정부가 금융기관 공동전산망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에 천 전 행정관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 6일 사원(은행)총회를 열고 신임 감사에 천경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13일 밝혔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자리를 옮겼던 화우에서는 이미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결원은 은행간 금융공동망을 운영하고 공인인증서 발급과 관리 등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으로 공공기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기에 청와대가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아주 손쉬운 곳이다.
금융공기관 분담금으로 운영되며 금융위원회 검사와 감독을 받는다. 금융권에선 금결원 감사 자리에 대부분 고위 경제 관료가 임명됐다는 점에서 천 전 행정관 임명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임자인 최원목(61) 전 감사는 1급 공무원인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 상임이사를 지냈다. 이전 전임자들 또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었다.
이에 반해 천 전 행정관은 사법연수원 33기 출신 변호사로 경제 관련 공직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천 신임 감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3년 가까이 청와대 총무인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소액주주운동 등을 벌이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2012년, 2017년 모두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천 신임 감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에 관련된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았다.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이모씨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유재수보다 천경득이 더 두렵다. 천경득은 문재인 캠프 인사담당으로 예산은 천경득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고, 인사에도 적극 관여한다는 말을 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 걸 우려했다"며 검찰 초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은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천경득이 유재수에게 '내가 잘 아는 변호사'라고 프로필을 주며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누군가를 추천했는데, 이는 실제로 성사됐다"는 진술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와 부산시에서 재직하던 2010∼2018년 신용정보·채권추심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4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추징금 4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천 신임 감사는 동생의 대한상공회의소와 KT 자회사 KTH 등에 취업하는데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2019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소식도 전해졌다. 역시 친여권 성향인 황씨는 최근 CBS 라디오 방송에서 과거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수욕설' 논란에 대해 "이해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적이 있어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면접을 통과한 최종 3명의 후보 중 이 지사가 직접 황씨를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관광공사 임기는 역시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