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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에 거는 마지막 기대..."뛰는 집값 좀 잡아주시라!"
文 정부에 거는 마지막 기대..."뛰는 집값 좀 잡아주시라!"
  • 권의종
  • 승인 2021.08.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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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악의 근원, 집값 폭등 제어할 주체는 정부 뿐...이거만 잘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받을 수 있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젊은이들은 흔들리며 산다. 삶 자체가 힘들다. 죽어라 공부해 대학을 나와도 마땅한 일자리가 드물다. 힘들게 취업해도 결혼은 꿈도 꾸기 어렵다. 좋은 짝 만나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으나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꾸리고 싶으나 여력이 못 미친다. ‘미친’ 집값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매매 10억2,500만 원, 전세 6억2,440억 원에 이르렀다.

결혼의 요건이 달라졌다. ‘직’에서 ‘집’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있으면 집 마련이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좋은 직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아도 집 장만이 불가능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받는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도 전셋값이나 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을 줄여 부르는 ‘이생망’이라는 자조적 신조어가 젊은이들 간에 회자된 지 오래다.

직업관마저 흔들린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전문직으로 이직 바람이 거세다. 일단 취업에는 성공했으나 퇴직할 때까지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문직 이직 붐은 관련 시험의 응시율로 확인된다.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회계사(CPA) 시험의 응시율이 지난해보다 각각 14%, 24%가량 높아졌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富)의 대물림까지 부추긴다. 집값 폭등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과세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아파트 증여가 늘고 있다. 어차피 비싼 세금을 물 바에야 남에게 파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물려주자는 의도다. 실제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높아진다. 2017년 4.5%에서 지난해 14.2%로 3배 이상 늘었다.

집값 폭등 부작용, 일파만파...결혼 어렵게 하고, 전문직 이직 부추기고, 부의 대물림 부채질

재산상속 다툼도 키운다. 집값 폭등이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 소송의 급증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 상속인 중 일정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몫을 말한다. 대법원의 유류분 통계가 이를 실증한다. 1심 접수 사건은 2010년 452건, 2015년 907건, 2020년 1,444건으로 11년간 219%가 증가했다. 접수 사건이 가장 많았던 해인 2019년에는 1,519건이 접수되었다.

집값이 올라 속 상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서민들이다.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 “지금 사면 후회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정부를 믿었던 게 패착이었다. 들어 기분 좋을 리 없는 ‘벼락 거지’의 오명만 뒤집어쓰고 말았다. 수요에 걸맞게 공급을 늘리지 않은 정부 잘못이 크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1주택자에 대해서도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등의 조치도 집값 급등에 한몫했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온 어느 40대 가장의 청원은 절규에 가깝다. 오른 전세금을 구할 방법은 범죄 뿐이라며 땅이 꺼져라고 장탄식을 했다. 세 식구의 단란한 안식처와 안정적인 자녀 교육환경 확보가 졸지에 막막해지고 말았다는 호소에 가슴이 아리다. “도둑질 강도질 사기 말고 합법적으로 1년 남짓 동안 2억5,0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는가”라는 되물음은 전세살이 가장들의 찢긴 심정을 대변한다.

정부라고 속이 편하겠는가. 다급했던지 경제부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을 대동하고 설명 자리를 마련했다. 의도는 십분 이해하나 내용은 속 빈 강정이었다. 반성도, 대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힘으로 주택 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 정책을 꼽았으나, 집값 급등의 책임을 기대심리와 투기수요에 돌렸다. 국민 속만 뒤집었다.

정책 변화 불가피...정부가 실패 인정하고, 전문가 의견 구하고, 시장의 목소리 귀담아들어야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였던 초조감이나,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훔쳐 오고 싶은 심정”이라며 현 국무총리가 토로했던 절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석 달 전 “부동산 부문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던 대통령의 사과나, 지난해 11월 경제부총리 자신이 “특출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다 했겠죠”라 했던 말과도 뉘앙스가 달랐다.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만능의 정책은 없다. 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패의 가능성은 늘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설령 정책 시행의 결과가 나쁘더라도 이를 피드백, 개선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 반면교사로 전화위복을 만들 수 있다. 26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근본적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시급하다. 정부가 그간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개선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전문가들에 의견도 구해야 한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기존 정책을 고집하고, 입맛에 맞는 지표를 골라 인용하며, 엉뚱한 곳에 책임을 돌리려 하면 안 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책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만악(萬惡)의 근원, 집값 폭등을 제어할 주체는 정부 뿐이다. 정부가 무한 책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좋은 정부가 별건가. 청년들이 좋은 상대 만나 결혼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며, 원하는 곳에 보금자리를 꾸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이거 하나만 잘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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