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6조원 넘게 늘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원으로 6월 말(689조1073억원)보다 6조2009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9조583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23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잔액도 116조3336억원에서 118조3063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40% 규제 적용에도 가계대출 증가추세를 꺾지는 못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고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계속되면서 주담대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해석이다.
신용대출 잔액도 140조8930억원으로 전월 139조294억원보다 1조8636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에 58조 3020억원의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잡은 금융당국의 정책 운용에도 상당한 부담감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올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율이 8~9%인 만큼,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는 연 3~4%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주담대와 신용대출 분야서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대국민 담화에서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해서라도 가계부채 억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풍선효과’도 당국의 부채 증가율 목표치 달성을 막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최근 생활고로 내몰린 저신용·저소득자들이 2금융권으로 급격하게 몰리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년6개월간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순증액은 33조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순증액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폭증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