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불법 재수사 누가 책임지나
김학의 사건 불법 재수사 누가 책임지나
  • 김교창
  • 승인 2021.07.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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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13년 3월 취임하자마자 건설업자 윤중천 씨 별장 성접대 혐의 등으로 호된 곤욕을 치르다 1주일 만에 옷을 벗었다. 그는 무혐의와 공소시효 완료 등으로 뒤늦게 질곡을 벗어나는 듯했으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발목을 잡았다. 이 사건은 드라마 같은 긴급 출금(출국금지)이 도화선이 되어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3월 18일 검찰과 경찰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에 태국으로 가려던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한밤중에 출국을 전격 저지당하면서 사건은 극적인 전기를 맞았다.

이 같은 불법 출금은 피의자 신분도 아닌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를 법무부 공무원이 177회나 무단 조회하는 등 그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감시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작품이었다.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로서 과거사위에 파견 나가 있던 이규원 조사위원이 긴급 출금요청서를 작성하였으나, 있지도 않은 사건번호를 기재한 서울동부지검장 명의의 위조문서임이 나중에 밝혀졌다. 요청서가 제출되기도 전에 출입국 담당 직원들이 출국장에 나와 김 전 차관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과거사위보다 윗선의 정권 실세가 불법 출금을 지휘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들이 총동원된 작전이었음이 속속 드러났다.

2019년 4월 법무부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학의 전 차관 출금 정보 사전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고, 수사 과정에서 출금요청서가 위조문서란 사실이 예기치 않게 불거졌다. 그러자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동부지검에 지검장의 사후 승인으로 처리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등 검찰과 청와대는 수사를 덮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공익제보자의 출현과 시민단체들의 고발 등으로 불법 출금과 수사 무마에 국민적 관심과 언론 보도가 폭증하자 대검은 올 1월 사건을 안양지청에서 수원지검 본청으로 넘겼다.

수원지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1차로 4월 초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기소하였다. 이후에도 정권 차원의 방해를 무릅쓰고 힘겹게 수사를 이어 나가 6월 초에는 차기 검찰총장을 노리던 이성윤 서울중앙지점정을 기소하였고. 7월 초에는 ‘청와대 왕수석’으로 통하는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재판에 회부하였다. 이로써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만 12번째 기소되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말하자면 청와대가 ‘범죄혐의자 집합소’로 전락했다고나 할까.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비서실에서도 볼 수 없는 낮 뜨거운 기록이다. 그러고도 이게 끝이 아니고 앞으로 기소될 잠재적 피고가 적어도 몇 명은 더 있는 것 같다.

이들 피고인은 중대 혐의로 기소되고도 현직을 유지하는 이례적 특혜를 누리고 있다. 불법 출금 사건 재판은 8월 하순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시작된다. 청와대, 법무부, 검찰의 현직 고위 간부들이 피고인으로 나와 검사와 공방을 벌이는 희한한 모습이 예고된 셈이다. 하긴 추-윤(秋-尹) 갈등, 부장검사의 차장검사 ‘플라잉 어택’ 등 희한한 구경거리를 국민에게 끊임없이 제공해 온 정권이니 이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지난달과 이달 연이어 단행된 검사장급과 중견 간부 인사에서 이 지검장과 이 검사는 한술 더 떠 서울고검장과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로 각각 승진하였다. 대거 좌천된 김학의 사건 수사검사들과는 극명한 대조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가 인정한 공익제보자도 인사 불이익을 이유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공익제보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한 상태다. 당시 주임검사였으나 외압으로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장준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지난주 “이제 내 신원을 공개해도 좋다”며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불이익을 각오하고 제보하였다”고 토로하였다. 그의 언론 인터뷰로 사건의 실체는 명명백백해졌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 끝에 3개 혐의로 또다시 기소되었으나 결과는 과거사위의 대참패였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은 그중 1개를 뒤집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였으나. 그나마도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되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마치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처럼 꾸미느라 허둥대는 모양새가 역력하였다. 긴급한 경우 법무부 장관이 출금 조치를 내릴 수 있으나, 마침 장관 부재중이라 차관이 대행했다며 서류를 조작한 것도 그런 예다. 하지만 봉욱 전 차관은 얼마 전 수원지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자신은 출금 사실을 보고만 받았을 뿐 승인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불법 출금은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를 제한하는 범법 행위다. 김 전 차관의 일거수일투족 감시나 허위 출금신청서 작성, 이들 불법 행위를 덮으려던 직권 남용 역시 이 나라 사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다.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관계자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 특히 ‘검·경의 명운을 건 재수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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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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