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중단에도 분쟁 미해결···삼성생명, 일부 암환자들과 야합”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삼성생명의 암 보험 입원비 미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본사 안팎에서 계속돼 온 암환자들의 시위가 일단은 중단됐으나, 이는 회사 측의 ‘회유’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는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이 지난 14일 공개됐다.
'암사모와 210만 암환자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최근 삼성생명 본사 점거 농성과 외부 시위 중단에 대해,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라는 암환자단체 집행부 일부를 포함한 암환자 21명과 삼성생명의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암사모, 즉 '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은 이번 청원을 올린 암환자 모임이다.
앞서 보암모는 삼성생명이 약관과 달리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2018년부터 삼성생명 서초동 본사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9일에서야 농성을 중단하기로 삼성생명과 합의했다.
합의 조건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번 청원인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이 금융위원회의 중징계와 부회장의 사면 결정이 가까워진 시점에 합의를 기획했으며, 보암모 전체 집행부나 싸움을 도운 다른 암환자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삼성생명은 보암모 집행부를 포함한 21명 암환자들과 합의를 마치 대다수 암환자와 합의인 듯한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21명에 지급한 금액이 암입원 보험금 지급이 아니고 합의금, 위로금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청원인은 삼성생명에 금융감독원의 지급권고를 수용해 암 입원비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또 금융당국에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고 신사업 분야 인허가를 불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삼성생명과 보암모 회원들은 암입원비 미지급 문제를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암보험의 '애매한 약관상 표현'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삼성생명은 암환자 모임이 청구한 입원비는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므로 약관상 '암 입원비'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작년 금감원이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분쟁 사례 296건 중 186건(62.8%)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권고를 수용했다. 이는 비슷한 분쟁에 휘말린 다른 보험사들이 90% 이상 권고를 전부 수용한 것과 대비된다.
한편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기관경고’를 통보하며 법원과 다른 해석을 내놓은 뒤, 보암모 회원은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중징계 확정과 미지급한 암입원보험금 지급명령권 발동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