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주주인 벨기에 맥주기업 AB인베브에 배당과 유상감자 등으로 2조3,621억원, 전 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KKR등에 1조6,140억원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 1998년 두산그룹이 오비맥주를 해외기업에 매각한 이후 작년말까지 오비맥주가 번 돈이 배당과 유상감자 등의 명목으로 해외 대주주들에게 유출된 금액 총합계가 3조9,7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조원에 거의 육박하는 금액이다.
해외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모두 2조5,637억원이었고, 유상감자가 1조4,124억원이었다. 유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이면서 주주에게 투자금을 되돌려주는 것으로, 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를 낸다. 터무니없는 거액으로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 사모펀드나 기업사냥꾼 등이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려할 때 자주 써먹는 수법이다.
반면 1998~2020년 기간중 오비맥주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계는 3조4,083억원이었다. 번 이익보다 5,678억원이나 더 많이 해외 대주주들에게 국부가 유출된 것이다. 그런데도 작년말 오비맥주의 이익잉여금은 1조2,267억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임시주총을 통해 1조2,634억원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려놓아 가능했다.
1998년 두산으로부터 오비맥주 지분 50%를 사간 기업은 벨기에의 세계적 주류기업 AB인베브였다. 이 회사는 2009년 7월 경영난을 이유로 미국계 사모펀드 KKR과 아시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 오비맥주를 18억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2조3천억원)에 매각했다.
AB인베브는 매각한지 5년 만인 2014년 매각가격의 3배나 되는 58억 달러(6조1680억원)를 주고 오비맥주를 다시 매입했다. 지금도 AB인베브가 최대주주다.
오비맥주의 연도별 이익현황과 배당 및 유상감자(단위 억원)
연도 |
이익잉여금 |
당기순이익 |
주주배당 |
유상감자 |
비고 |
1998년 |
-420 |
-420 |
0 |
0 |
AB인베브 인수첫해 |
1999년 |
1,159 |
1,579 |
0 |
0 |
|
2000년 |
505 |
-653 |
0 |
0 |
|
2001년 |
797 |
292 |
0 |
0 |
|
2002년 |
1,150 |
353 |
0 |
0 |
|
2003년 |
1,468 |
317 |
0 |
0 |
|
2004년 |
1,971 |
503 |
0 |
1,678 |
|
2005년 |
1,145 |
494 |
448 |
0 |
|
2006년 |
1,213 |
509 |
441 |
0 |
|
2007년 |
1,931 |
1,159 |
441 |
0 |
|
2008년 |
1,531 |
1,192 |
1,573 |
|
AB인베브,미국 앤호이저부시 합병 |
2009년 |
2,819 |
1,267 |
1,100 |
4,347 |
KKR등 사모펀드들이 오비맥주 인수 |
2010년 |
1,378 |
1,315 |
0 |
4,599 |
|
2011년 |
2,917 |
1,719 |
109 |
0 |
|
2012년 |
17,086 |
2,660 |
1,100 |
0 |
임시주총서 자본잉여금 1조2,634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
2013년 |
15,308 |
3,101 |
4,885 |
0 |
|
2014년 |
17,346 |
2,250 |
0 |
0 |
AB인베브가 다시 오비맥주 인수 |
2015년 |
13,615 |
2,536 |
3,700 |
0 |
|
2016년 |
16,232 |
2,492 |
0 |
0 |
AB인베브,세계2위 맥주회사 인수 |
2017년 |
19,452 |
3,271 |
0 |
0 |
|
2018년 |
16,281 |
3,805 |
3,450 |
3,500 |
|
2019년 |
14,655 |
2,743 |
4,390 |
0 |
|
2020년 |
12,267 |
1,599 |
4,000 |
0 |
|
합 계 |
|
34,083 |
25,637 |
14,124 |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본사가 지난 1998년부터 2020년까지의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모두 조사해본 결과 4조원 까까운 해외 국부유출액중 AB인베브로 간 금액은 2조3,621억원이었고, KKR 및 어피너티에 간 금액은 1조6,140억원이었다.
AB인베브는 2014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오비맥주를 재매입하는 바람에 아직 투자금을 완전회수하지 못했지만 5년간 오비맥주를 소유했던 사모펀드들은 배당, 유상감자 등 회수액 1조6,140억원과 매각차익 3조6,800억원 등으로 엄청난 폭리를 챙겼다.
오비맥주는 두산이 매각한 첫해인 1998년(420억원 적자)과 2000년(653억원 적자) 등 두 번만 적자를 냈을뿐 2020년까지 매년 흑자를 냈다. 2006년까지는 주로 수백억원대 세자리수 흑자였으나 2007년부터는 매년 천억원이 넘는 수천억원대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AB인베브는 인수 초기인 2004년까지는 배당을 챙기지 않다가 2005년 448억원을 시작으로, 사모펀드들에게 오비맥주를 매각하는 2009년까지 매년 배당을 가져갔다. 2006년 441억원, 2007년 441억원, 2008년 1,573억원 등이다. AB인베브는 배당이 없던 2004년에는 갑자기 유상감자를 실시, 1,678억원을 빼내가기도 했다.
무리한 해외 M&A등으로 부채급증 때마다 오비맥주서 고액배당과 유상감자등 실시
KKR등 사모펀드들은 인수 첫해인 2009년 1,100억원의 배당과 무려 4,347억원의 유상감자를 한꺼번에 실시했다. 2010년에는 배당은 없고, 유상감자만 또 4,599억원이나 실시했다. 인수 2년만에 1조46억원이나 회수해간 것이다.
사모펀드들은 당시 자기 돈 일부와 8,600억원에 달하는 고금리 장기차입금을 빌려 인수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차입금 조기상환 등을 위해 투자금 조기회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 6,094억원을 더 회수하고, 2004년 AB인베브에 다시 오비맥주를 팔아넘겼다.
AB인베브가 다시 인수한 후에는 2015년 3,7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3년후인 2018년에는 3,450억원의 배당과 3,500억원의 유상감자를 한꺼번에 실시했다. 2019년과 작년에는 2년 연속으로 각각 4,390억원과 4천억원에 달하는 고액배당을 실시, 투자금을 회수했다. 2019년과 작년의 배당은 모두 그해 당기순이익을 넘는 규모다.
돈이 보이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는게 다국적 대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의 생리다. 그들에게 돈만 투자하고 투자금 회수는 가급적 하지말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AB인베브는 벨기에 본사의 우수한 맥주제조 노하우와 전세계적인 마케팅기법 등을 한국 오비맥주에 들여와 하이트진로에 밀리던 오비맥주를 확고한 1위로 올려 놓았기 때문에 충분히 고액배당을 받아갈 자격이 있다고 설명해왔다. 오비맥주가 생산한 맥주제품들을 AB인베브의 전세계 판매망을 통해 팔아 주고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비맥주의 주주정책은 그 정도가 심해 보인다. 고액배당과 유상감자가 집중된 시기를 보면 AB인베브가 세계 곳곳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생긴 거액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오비맥주를 비롯한 세계 곳곳 자회사들로부터 고액배당을 챙긴 흔적이 역력하다.
세계 1위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이 발생, 지난해 기준으로 부채가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 등 사모펀드들은 또 고리의 대규모 차입으로 인수를 하다보니 원금회수와 차입금문제 해결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쪽 다 일은 자기들이 무리하게 저질러 놓았는데, 그 뒤처리는 오비맥주가 감당하도록 한 셈이라고 할까.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 1위 탈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오비맥주가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더 비판의 대상이었다. 오비맥주는 2012년 이후 주류 시장에서 맥주 부문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필두로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작년 오비맥주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말 현재 자산 2조7,243억원(2019년말은 3조917억원), 부채총계 1조1,515억원(1조2,838억), 이익잉여금 1조2,267억원(1조4,655억원), 자본총계 1조5,727억원(1조8,079억원), 매출 1조3,529억원(재작년 1조5,421억), 영업이익 2,944억원(4,089억원), 당기순이익 1,599억원(2,743억원) 등이다.
자산 매출 이익 등이 모두 재작년보다 많게는 10%이상씩 줄었다. 코로나 사태와 경쟁업체의 추격, 수입맥주 및 수제맥주의 선전 등에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또 지난 4월 유흥업소용 카스 일부 출고가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올렸다가 유흥업소 단체 등으로부터 불매운동을 당하기도 했다. 대주주에겐 고배당으로 이익을 보장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유흥업자들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한편 AB인베브의 모태는 벨기에 주류회사 인터브루다. 2004년 인터브루와 브라질의 암베브가 합병해 인베브가 됐다. 2008년 미국의 앤호이저부시까지 합병, 지금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로 거듭났다. 이때 발생한 부채 때문에 오비맥주를 팔았다. AB인베브는 주로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