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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논쟁 속 농촌기본소득을 생각한다
기본소득 논쟁 속 농촌기본소득을 생각한다
  • 이한주
  • 승인 2021.07.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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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칼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의 현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은 차기 대선주자들이 논쟁을 벌일 만큼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안심소득이나 공정소득 등 다양한 형태의 NIT(음의 소득세)를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금액과 재원마련방안이 다채롭게 제시되기도 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아예 반대를 외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경기도는 2019년부터 실시한 청년기본소득과 오는 10월 시작되는 농민기본소득, 그리고 올 하반기에 새롭게 시행하는 농촌기본소득까지 기본소득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돌이켜 보면, 기본소득 논쟁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과거에도 복잡한 복지지출을 간소화하기 위하여 현금으로 일원화하여 지불하자거나, 토지나 공기 등은 본래 모두가 물려받은 것, “공유부”이니 모두가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2차대전 이래 최근으로 가까워지며 산업 생산성은 급격히 증가하였지만 쓸만한 일자리는 줄어들어 그 분배 과정이 매우 불균등해지는 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격히 떠 오른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

최근 논쟁의 중심에는 단연코 재원 마련이 있다. “누구나” 누려야 한다는 속성 때문에 재원이 대규모로 필요하거나 일인 당 배분액이 엷어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소득을 단기적 과제가 아닌 중장기적 과제가 되게끔 하는 이유이다.

백두산 천지가 올라가야만 할 목표라면 계속하여 꾸준히 가되 때로는 돌아가거나 쉬었다 가면 된다. 자로 재어 줄 긋고 여행을 할 수는 없다. 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때로는 청년이나 장애인 혹은 예술인부터 시작하거나, 작은 금액으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으며, 농민이나 특정 농촌으로부터 “시범” 또는 “실험”하여 시행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이번 코로나를 통해서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지원 뿐 아니라, 주택이나 기초적인 금융 서비스 등 국가가 부담해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년층, 산모 등 돌봄 서비스도 국가가 체계를 세워서 수행해야 한다.

이런 국가 돌봄책임제도나, 예컨대 청년고용보장제도도 넓게 보면 기본(universal basic) 개념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본소득 외에 기본서비스도 가능한 것이며, 이런 점에서 경기도는 이미 기본주택이나 기본금융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소득 보장과 농촌 인구 유입 효과

경기도가 구상하는 농촌/농민 기본소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둘 다 전면적 기본소득 도입 전단계인 범주형 기본소득에 속하지만 목적은 조금 다르다. 농민기본소득은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지역화폐로 월 5만원씩 지급하는 것이고, 농촌기본소득은 농촌 지역의 인구 유입을 유도해 인구 소멸을 완화하려는 목적까지 가지고, 올 하반기에 1개 면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시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1인당 지역화폐로 월 15만원씩 받는 것이다. 이미 농사직불금 제도가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직불금은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한다. 2헥타르 이상을 가진 농민은 전체의 10퍼센트도 안 되는데 전체 직불금의 75%를 받아서,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민, 농촌기본소득은 농민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농촌 기본소득은 단지 소득보장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지금, 소득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농촌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구의 유입은 교육, 의료 등 인프라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삶의 질 개선을 통해 그동안 와해되던 농촌 커뮤니티도 살려낼 수 있는 복합적인 정책이다.

물론 농촌/농민 기본소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거나 당장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제조업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부족하거나 느리더라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의 집단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이 한 주
· 경기연구원 원장
·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국정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
· 가천대학교 부총장

· 저서 및 논문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연구』 국회 예결위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담출판사, 2016
『Estimation of the demand function of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construction business』 KSII, 2015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의 가치공감과 조합원만족이 조합원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협동조합학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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