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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나이 논쟁’... 바보야, 문제는 실력이야!
정치권의 ‘나이 논쟁’... 바보야, 문제는 실력이야!
  • 권의종
  • 승인 2021.06.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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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열풍이 개헌론으로...정략 숨어있으나 연령차별 해결의 실마리 된다면 호사다마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국 정치는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 조금도 발전한 데가 없이 옛 모습 그대로다. 쓸데없는 싸움박질이 잦다. 이번엔 ‘나이 논쟁’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열풍이 개헌론으로 옮겨붙고 있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정치인 아니랄까 봐 말도 잘 지어낸다.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을 40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해서 ‘장유유서 헌법’이라 이름 붙인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나타난 이준석 후보의 돌풍만 봐도 나이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36세 후보가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다면 마흔이 안 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불가의 조항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게 수상쩍다. 당시 40대였던 그가 젊은 경쟁자들을 배제하려 했을 것 같은 의심이 간다. 그래도 시대착오적 피선거권 연령차별을 해소, 한국 정치를 업데이트하려는 입장에 한 표를 보탠다.

늘 그렇듯 정치권이 순수치 못한 게 문제다. 개인 이익과 당리당략적 속셈이 숨겨지곤 한다. 주장에 설득력이 뒤지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유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만 39세에 돌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남의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로 들린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부터 마크롱 정신이 태동하기 어려운 구조하는 주장에도 선뜻 공감이 안 간다.

필요할 때만 청년을 들러리로 세우고 곧바로 용도 폐기하는 기성정치의 오만과 이기심이 속 보인다. 나이 문제가 그토록 절실했다면 왜 여태껏 일언반구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단 말인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슬그머니 화두를 꺼내든 몰염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고도 반성할 기색조차 없는 그들의 강심장과 두꺼운 피부가 부러울 따름이다. 좋은 머리로 잔머리를 굴려대는 정치권의 행태에 이제 신물이 난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정당 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젊은 후보의 ‘돌풍’...나이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건 ‘무의미’

우연히 전해 받은 SNS 한 소절이 눈에 든다. 나이가 주는 성숙을 조목조목 나열한 게 정곡을 찌른다. “소크라테스의 원숙한 철학은 70세 이후에 이루어졌다. 철인 플라톤은 50세까지 학생이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완성한 것은 그가 90세 때였다. 폴란드 공화국의 총리를 지낸 파데레프스키는 70세 때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베르디는 오페라 오셀로를 80세에, 아베마리아를 85세에 작곡했다.”

“미국의 부호 밴더빌트는 70세 때 상업용 수송선 1백 척을 소유했고, 83세로 죽기까지 13년간 1만 척으로 늘렸다. 문호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60세에 시작해 82세에 끝마쳤다. 미국 현대 화단에 돌풍을 일으켰던 해리 리버맨은 사업을 은퇴하고 나서 주변의 충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 81세였고, 101세까지 22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평론가들은 그를 “원시적 눈을 가진 미국의 샤갈”이라 극찬했다.”

성공담, 그것도 한참 된 이야깃거리만 골랐다는 핀잔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근자에 와서도 특히 정치권에서 노익장 과시의 예는 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70대 고령에도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4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80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1948년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52년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53년생이다. 그래도 의욕과 기력이 젊은이 못지않다.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리더의 자질을 나이로 판단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절대적 기준이 절대로 될 수 없다. 나이가 무기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흉기가 되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실력 아닌가.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여 아는 게 많고 인맥이 넓으며 관리 능력도 뛰어날 거라는 믿음은 성립하기 어렵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덜 먹어야 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근거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사람 나름이다.

저연령 차별 노골적...선거·피선거권, 음주 흡연, 영화관람 제한, 코로나 백신 접종도 뒷순위

연령차별이 무언가. 나이를 이유로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소외시키는 사회적 이념과 행위를 뜻한다. 사회적 차별과 개인적 선입견의 표출이다. 차별은 주로 노인층을 대상으로 가해졌다. 고령화가 정신적, 육체적 차별의 빌미가 되곤 했다. 한마디로 나이 먹은 게 죄였다. 1969년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N. Butler)가 ‘연령차별주의(Ageism)’라는 어휘를 고안하면서 사회 담론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노인 차별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오랜 기간에 걸쳐 또 많은 사회를 통해 반복되어온 해악 중의 하나다. 고령화를 질병과 죽음과 연관 짓는 것을 당연시했다. 노인에 대한 돌봄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등한시했다. 노령층의 무딘 기억력, 느린 움직임, 더딘 사고력을 깔보고 비웃기 일쑤였다. 기업에서 상품 판매의 촉진 수단으로 활용한 예 또한 적지 않았다.

정치권의 나이 논쟁은 이와 정반대다. 저(低)연령에 대한 차별이다.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억압을 말한다. 돌아보면 법률과 행정을 통한 나이에 대한 통제와 제재가 노골적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제한 뿐만이 아니다. 음주와 흡연, 영화관람, 야간 컴퓨터 게임 등 일상에서 미성년자 보호를 구실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조차 어린이와 청년들은 뒷순위로 밀려있다.

성별, 장애, 학벌의 차별에는 그토록 분노하면서 나이 차별에는 이상할 정도로 둔감한 세태가 어지럽다. 그런 점에서 ‘꼰대 문화’의 상징이던 보수 정당의 대표 경선에서 젊은 정치인이 선전하는 현상은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나이와 선수(選數)가 문제 되지 않는 것 자체가 되레 혁신의 징조일 수 있다. 정치권의 나이 논쟁이 연령차별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면 이만한 전화위복이 없다. 호사다마(好事多魔)로 알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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