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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부러운 이유(2) 빛나는 링컨 대통령의 포용과 협치
미국이 부러운 이유(2) 빛나는 링컨 대통령의 포용과 협치
  • 민계식
  • 승인 2021.05.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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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칼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거대한 기념공원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65) 대통령을 추모하는 링컨기념관이 있다.

여기에는 링컨의 큼지막한 대리석 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좌상 뒤편의 화강암 벽면 오른쪽에는 그의 감동적인 재선 취임사, 왼쪽에는 남북전쟁 도중 전몰용사 추도식에서 행한 그 불멸의 ‘게티스버그 연설’이 각각 새겨져 있다. 나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이야말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가장 간결하고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에서 자유가 새롭게 태동할 것이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는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링컨의 생애는 평범한 인간이 누구나 걷는 행로를 가장 올바르게 걸어갔다는 데에서 교훈을 준다. 링컨은 150여 년 전 사람이지만 그의 포용과 협치는 당시는 물론이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오늘날에도 정치인의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링컨에게는 정적이 많았던 것으로 여러 전기에 기술되어 있지만, 당시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링컨이 중앙 정계에 진출하였을 때에는 정적이라기보다 시골뜨기로 취급받았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링컨이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당내에는 새먼 체이스와 윌리엄 스워드라는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고, 상대당인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는 스티븐 더글러스였다. 결국 학벌도, 경력도 모두 보잘것없는 링컨이 공화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어 대통령까지 올랐지만 초반에는 스워드가 압도적이었다.

파격은 당선 후에 벌어졌다. 링컨은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었을 정적 스워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링컨을 “켄터키 촌뜨기에 수준 이하의 인간”이라고 멸시했던 최대의 라이벌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직책에 앉힌 것이다. 측근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링컨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스워드 장관은 제정 러시아에서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입했다. 땅 1000평당 1원씩 주고 산 셈이다. 알래스카에는 그의 공헌을 기념하기 위해 스워드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가 있고, 주(州)를 가로지르는 스워드하이웨이도 있다. 스워드는 알래스카라는 거대한 자원의 보고를 미국 땅으로 만들고, 서부 개척에 큰 업적을 남긴 미국의 영웅이다. 그러나 정적 스워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사람은 바로 링컨이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튼이라는 정적도 있었다. 스탠튼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의 한 명으로, 한 번은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맡게 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튼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일을 같이 하라는 겁니까?”라고 외치며 뛰쳐나가 버렸다. 스탠튼이 링컨을 이렇게 비하하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남북전쟁을 이끌 국방장관에 스탠튼을 임명했다. 말하자면 ‘링컨표 포용 정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모들은 링컨의 결정에 놀랐다. 왜냐하면 스탠튼은 10여 년 동안 링컨을 끝없이 괴롭히고 비하한 원수지간이었고, 링컨이 당선되자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까지 공격했기 때문이다.

모든 참모가 극렬히 반대하며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장관에 적격입니다. 스탠튼만 한 인물을 데려오면 국방장관을 바꾸겠습니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스워드나 스탠튼만이 아니었다. 체이스 재무장관도, 야전사령관 조지 맥클레런 장군도 링컨을 죽도록 미워했지만 결국은 요직에 등용된 후 승복했고, 그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남북전쟁 발발 직전 링컨은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더글러스에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부와 남부의 경계주(州)들을 방문해 연방 이탈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더글러스는 흔쾌히 사명을 완수했다.

측근들로 둘러싸인 정치를 거부한 인사정책은 링컨의 가장 위대한 면모 중 하나로 꼽히며, 포용은 링컨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링컨 대통령의 포용과 협치는 더욱 빛나고 있다.

그 위대한 포용과 협치를 대한민국에서도 보고 싶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민계식 ( minksdr@gmail.com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석좌교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자상 수상자협의회 부회장
(전) 국제 선박해양 연구협회 부회장
(전) 현대중공업 사장, 부회장, 회장
(전) 한국 로봇산업협회 회장, 한국 태양광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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