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환치기 조직 10개 수사 중…"5년간 1.4조 불법 송금"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국내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이 개입해 중국에서 산 암호화폐를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팔아 판 불법 자금이 사용된 사례가 드러났다.
지난 2018년 서울에서 11억원에 아파트를 취득한 중국인 A는 자금 출처 조사에서 아파트 취득 자금이 불법 외환 이전, 속칭 '환치기'로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활동하는 환치기 조직은 A가 중국에서 조직원 통장에 입금한 위안화 268만위안으로 중국에서 가상화폐를 매수하고 이를 국내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해 A에게 원화 4억5000만원을 송금했던 것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61명 가운데 환치기나 관세 포탈 등 범죄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17명(16채, 176억원)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외국인 부동산 자금 출처 조사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 10개를 포착해 추적하고 있는 서울세관은 이들 조직이 비트코인 등을 불법 외환 이전에 이용하는 신종 환치기 수법을 사용하고, 지난 5년간 이전된 자금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환치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얼마나 쓰였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아파트 매입과 상관없이 '김치 프리미엄'을 틈탄 불법 송금이 급증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거주자와 비거주자가 이달 들어 13일까지 5대 시중은행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759만7000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3000달러의 10배, 지난 3월 송금액 1350만4000달러의 7배를 웃도는 규모로,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세관은 또 외환당국에 부동산 취득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도 44명(39채, 66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면 외국환은행장(외국환 송금 시중 은행) 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자본거래신고를 해야 한다.
서울세관은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시가 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으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외국인을 파악해 외화송금내역 분석,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아파트 매수 지역은 강남구가 13건(3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등이었다. 적발된 외국인 국적은 중국 34명, 미국 19명, 호주 2명, 기타 6명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세관은 외국환거래법의 자본거래신고 의무를 위반한 외국인에 대해선 위반 수위에 따라 과태료 부과, 금융감독원 통보, 검찰 송치 등으로 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