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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직면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행 실명계좌 트기 '바늘구멍' 
구조조정 직면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행 실명계좌 트기 '바늘구멍'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1.04.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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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9월말까지 은행권과 실명계좌 터야...은행권 까다로워 지방·인터넷은행에 실낱 기대
가상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 현실화 되나…은행권 "100여개 거래소 중 9월말 살아남는 곳 손가락 꼽을 것"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오는 9월 말 100여 개의 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무더기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코인 투자 시 거래소의 갑작스런 폐쇄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종합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이 만일의 금융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 탓에 매우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어 군소 거래소들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실명 입출금계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서는 9월말 이후 살아남을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 자리수'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초에 정부가 의도한 개정 특금법의 취지 중 하나가 은행 평가를 통해 잠재 위험이 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구조조정'이었을 것이기에  개인투자자들도 대대적 거래소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방침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와 업무지침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만 실명계좌를 내주라는 것으로, 결국 거래소의 검증 책임이 은행에 주어진 셈이다.

게다가 최근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되자 정부가 뒤늦게 18일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까지 발표한 만큼 은행이 느끼는 부담과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는 "현재 거래소들이 생각하는 심사 통과 기준과 은행이 생각하는 기준 사이 격차가 매우 큰 상태"라며 "담당자가 과연 기준을 통과할 거래소가 한 곳이라도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말까지 할 정도"라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해당 거래소에서 나중에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투자자들은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에서 보듯 은행이 단순 판매 책임이 아니라 보상 책임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이번 (실명계좌) 심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사고 터지면 사모펀드처럼 책임 물을텐데…최대한 보수적 심사"

은행들의 이런 태도에 계속 영업하려면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는 군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다면 실명 계정 확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 경우 해당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 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100여 개로 청정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에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갖춘 이들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4대 거래소 중 한 곳과 거래하는 은행의 관계자는 "거래 중인 거래소로부터 안전성 등 관련 증빙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이 거래소가 새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거래 규모 기준으로 10위권안에 드는 한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과도 얘기하고 있지만, 유동적이기 때문에 지방은행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월 거래액이 조원 단위로 나오고, 몇 년간 사고를 낸 적도 없다는 점을 은행 쪽에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실명계좌를 현재 보유한 4곳이 모두 기준을 통과한다고 해도, 9월말 이후 살아남는 가상화폐 거래소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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