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해외거래 급증에 은행권, 해외송금 제동 나서
 비트코인 해외거래 급증에 은행권, 해외송금 제동 나서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1.04.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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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일선 창구에 "비트코인 관련 해외송금 의심되면 거절하라" 지침 내려보내
대부분 분산·차명 송금으로 완벽하게 막기 어려워..."이익 크지 않고 오히려 과태료 낼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 거래와 함께 최근 관련 해외송금이 급증하자 은행권이 제동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지난주 말 이후 일제히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일선 지점 창구로 내려보냈다.

대체로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지침이다.

모두 내·외국인이 국내보다 싼값에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는 행위, 그렇게 들여온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긴 뒤 해외로 빼내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 9일까지 불과 7영업일만에 해외로 약 1364만 달러가 송금되어 이미 지난달 전체 해외송금액(918만 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대(對)중국 송금액이 전체 해외송금의 약 70∼80%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 해외송금액 중 실제로 얼마가 가상화폐 관련 송금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까지는 송금 사유 등에 대한 증빙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한 상황으로,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김치 프리미엄'이 부각된 시기와 해외 송금 증가 시기가 겹치는 만큼 '상당 부분 비트코인 관련 거래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증빙서류 등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관련된 해외 송금을 정확히 걸러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감독 당국이 가상(암호)화폐 매매 목적의 외국환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에 들어갔지만, 가상화폐 관련 외국환거래만을 특정한 세부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차명 송금과 분산 송금 의심 사례를 일단 막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도 "교묘히 외국환거래법을 충족하고 분산 송금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차익 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비트코인 송금 거부 지시. 시중은행 지시문 캡쳐.
▲시중은행 비트코인 송금 거부 지시. 시중은행 지시문 캡쳐.

비트코인 해외거래는 1비트코인 값이 국내 거래소에서 1000만원이고 해외 거래소에서는 8000달러(원/달러 환율 1000원 적용시 800만원)라고 가정할 경우,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있는 투자자에게 8000달러를 보내 1비트코인을 사고, 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으로 넘겨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1000만원에 팔아 200만원의 차익을 남기는 식이다.

하지만 거래소에 내야 하는 수수료와 해외 송금시 발생할 수 있는 범법 리스크를 고려하면 비트코인 해외거래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50∼60%에 달하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가격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큰 차익을 내긴 어렵다"며 "최근의 가격 차가 최대 20%라고 한다 해도 이런저런 수수료를 다 떼고 나면 차익은 10% 정도일 텐데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라는 외국환거래법 규제로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4000달러로 끊어서 여러 차례 송금한 뒤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여온다고 한다고 해도 이걸 하나의 거래로 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신고한 자본거래 과태료 부과 기준(10억원 미만)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그쪽 가격이 오를 테고 그러면 한국과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폭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이 내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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