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액 증가로 요구자본도 21조원 불어···당국 리스크 관리 주문 역행 우려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보험사의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넘어섰다.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린 결과다.
보험사가 대출을 확대할 경우 대출채권 신용위험액 비중도 동시에 높아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요구한 리스크 관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보험사 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18조3000억원(7.8%) 늘어난 253조원으로 집계됐다.
주로 기업대출 증가에 기인했다. 기업대출은 129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16조3000억원(14.4%) 불었다. 가계대출도 123조10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늘었다.
보험사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보험업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는 반면 과거에 판 확정 고금리 상품들에 대한 보험금은 그대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 PF, 인프라 건설, 대체 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 기업대출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대출의 경우 123조1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주요 보험사(생보 3개, 손보 4개)의 지난해 신규 주담대 액수는 16조6340억원으로 전년보다 44%가량 증가했다.
보험사들은 주담대에 이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의 금리를 낮추고, 신용대출 채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출 영업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의 최근 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강화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주담대 등 일반대출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생명보험사의 금리 리스크가 더 커질 요인이 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보험업계는 변액보증위험액 산출기준 강화에 따른 신용·시장위험액 증가(1조9000억원) 등으로 요구자본이 21조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대출 증가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을 추진한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내에 '보험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에는 현지 실사와 담보물의 법률상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高)담보인정비율(LTV) 투자' 심의절차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