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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체 한샘, 강화된 감사기능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공고히 할까
가구업체 한샘, 강화된 감사기능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공고히 할까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1.03.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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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로비와 광고비 관련 의혹 등 '외우내환'...올해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 승인
전사적 윤리경영 강화...최근 대리점주 상생협력 강화 등 선제적 행보 돋보여

 

▲한샘의 서울 상암동 사옥
▲한샘의 서울 상암동 사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해 말 불법로비와 광고비 관련 의혹 사건이 터져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내 브랜드가구 1위 업체 한샘이 강화된 윤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한샘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사옥에서 열린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한샘은 지난해 청탁 및 광고비 집행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감사위원회 설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보완 조치로 풀이된다. 한샘은 현생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의 의무(자산 2조)가 없다.

한샘, 회사의 감사 기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털어낼 수 있을까

한샘은 지난 2017년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의 셋째 사위 임창훈 변호사(49)를 상근 감사에 앉혔다. 상근직이고 등기임원이다.

증권거래법은 최근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1천억원 이상인 상장 또는 코스닥 등록법인은 1인이상의 상근감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회사의 주요 주주나 상근 임직원 또는 2년 이내에 상근 임직원이었던 사람, 주요 주주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상근임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계열사의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 임직원이었던 사람 등은 상근감사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와 경영진을 감시-감독해야할 감사의 엄정 독립성을 강조하는 취지일 것이다. 감사가 회사 경영진 또는 대주주와 한 통속이어서는 회사 또는 경영진들의 비리나 문제점들을 적발하고 견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한샘의 감사 선임 당시 임 감사의 보유지분은 0.2%고 사위는 존속과 비속이 아니기 때문에 결격사유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을 사실이다.

한샘이 당시 불필요한 오해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선택을 내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샘은 지난 30여년간 전문 경영인을 두고 창업가문이 감시 역할을 맡는 형태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해외 기업에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워런버핏은 아들 하워드가 CEO가 아닌 이사회 의장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히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진 않고 기업문화와 가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BMW, 헨켈, 머크처럼 전문경영인이 적절히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업가문이 전문경영인의 전횡을 견제하는 구조다.

한샘의 경우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 94년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최양하 전 회장이 25년간 한샘을 진두 지휘했다. 최양하 회장은 2019년 퇴임할 때까지 한샘을 매출 2조원 규모의 홈인테리어 대표 기업으로 키워냈다.

물론 과거 어두운(?) 시절에는 자기 친구나 친인척들을 감사로 앉히는 오너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샘의 설명은 다른다. 오너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창훈 감사는 풍부한 법조계 경력을 갖고 있다. 임 감사는 96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창원, 인천, 서울, 부산지방법원을 거친 부장판사 출신이다. 한샘은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을 유지 하면서 투명경영을 위한 견제를 위해 법조인 출신인 임 감사를 투입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급격하게 커온 한샘, ‘성장통’은 극복 과제로 남아

한샘은 최근 홈인테리어 시장의 성장과 함께 회사도 커졌다. 한샘의 지난 2010년 매출액은 6238억원이었다. 2013년에는 1조원을 돌파하고 2017년에는 4년 만에 2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몇몇 부작용도 있었다. 성관련 사건부터 갑질파문, 최근 터진 부정청탁 및 불법 비자금 조성의혹 사건 등이 일어났다.

또, 최근 MBC가 보도한 내부제보 문건을 보면 한샘은 언론사 임원과 기자, 경찰 등에게 수 십 만원에서 최대 2천만원까지 가구와 인테리어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는 '부정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8년부터 최근까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4개 광고대행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한샘은 입장문을 통해 "회사 차원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개인 차원의 비리 등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자체 조사 중이며 외부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결과에 따라 즉각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샘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당사는 감사 뿐만 아니라 감사팀을 구성하여 감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한 사안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시에는 감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여 진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감사와 감사팀은 수시로 '거래의 집행 등에 대한 승인 절차', '거래의 승인 및 기록, 관련자산의 보호 등에 대한 업무분장', '거래증빙서류나 장부의 문서화'등을 감사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한샘은 사업보고서에서 감사 및 감사의 역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2017년에는 새로운 감사를 선임하며 그 기능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선임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지속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적 ‘선후관계(先後關係)’와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因果關係)’ 중 어느 한쪽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샘은 그간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만회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상생 경영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샘은 지난 1월 ‘대리점 성장 지원 및 공정거래 확산’, ‘중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소비자 권익 보호 실현’을 위한 골목상권 상생 제도를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샘은 그 동안 ‘대리점 및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펼쳐왔고, 2020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바 있다.

한샘이 2021년 새롭게 추진하는 상생 지원 제도는 대리점을 위해 ▲상생형 대형매장 ‘수수료 정액제’ 도입 및 감면 ▲스타트업 대리점 수수료 지원 ▲대리점 불만 접수센터 운영을 도입하고,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공동개발상품 수수료 면제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을 추진한다. 또, 협력사를 위해 ▲물품대금의 현금 지급을 확대하고,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 불만제로 심의위원회 설치 ▲주거환경 개선 사회공헌 확대를 실행할 계획이다.

한샘, 전문 경영인 체제 더욱 공고히 하고 새로운 50년 도약 나서

한샘의 감사기능 강화는 한샘 특유의 전문 경영인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먼저,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은 종종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아직 전문경영인체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니, 관련 사례가 확연히 적고 비교 대상으로 삼을 기업도 마땅치 않다.

한샘도 조 명예회장이 정말로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뗐는 지에 대한 의문을 받곤 한다. 최근 공시된 한샘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 명예회장은 아직도 상근 사내이사이고 등기이사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5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사회의장도 조 명예회장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인인 강승수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다. 조창걸 대표는 경영전략과 R&D, 강승수대표는 경영총괄 담당이라고 각각 명기해 놓았을 뿐이다. 조 명예회장은 한샘 중국법인과 미국법인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 94년 일찌감치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최양하 전 회장이 25년간 한샘을 진두 지휘했다. 최양하 회장은 2019년 퇴임할 때까지 한샘을 매출 2조원 규모의 홈인테리어 대표 기업으로 키워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창걸 명예회장은 한국 미래를 열어갈 전략을 개발하고 리더를 양성하는 등 연구활동에 매진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 공익 법인인 ‘재단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2015년 재산의 절반인 약 45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재단에 출연하며 장학 활동에 공을 들여 왔다.

한샘은 현재도 공고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2019년 12월 최양하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당시 강승수 부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바톤을 이어받은 것이다.

사업자등록상 강승수 회장은 조창걸 명예회장과 함께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로 등재가 되어있다. 공동대표는 대표간 합의로 의사결정을 하지만, 각자대표는 단독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즉, 강승수 회장은 각자대표로 등재된 전문경영인으로서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회사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한샘은 지난 1970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부엌용 싱크대 제조회사로 출범했다.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82)은 당시 주부들이 부엌 아궁이에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걸 보고 서양식 입식주방 개념을 한국에도 도입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라이벌업체인 퍼시스의 김영철 전 명예회장도 친구이자 서울대 동문으로, 의기투합해 창업에 동참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보루네오 등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질때도 한샘은 뛰어난 마케팅과 품질력으로 살아남아 국내 브랜드가구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한때 성장세가 주춤하기도 했으나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한샘은 다시 날아올랐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집콕족' 증가와 이에 따른 홈퍼니싱 수요가 한샘에게 회생의 기회를 다시 안겨주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고, 영업이익은 무려 67%나 증가했다.

한샘은 최근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회사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앞다퉈 도입되는 가운데 함샘도 강화된 윤리 경영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올해 창업 51주년을 맞은 한샘이 세간의 오해와 논란을 털고 새로운 50년을 향해 도약해 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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