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이수는 일감몰아주기 특혜. 내부거래비중 6년평균 84% 달해
IT계열사 이수시스템도 6년 평균 내부거래비중 48%. 일감몰아주기 특혜받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주회사를 비롯한 이수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회사기회를 유용하거나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교수)의 이수정 연구위원은 최근 ‘공시대상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례분석 4호’ 보고서에서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이 직접 100% 지배하는 개인회사 이수엑사켐의 경우 이수화학이 생산한 석유화학제품 및 정밀화학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으로, 이수화학의 회사기회를 유용한 사례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수화학이 직접 해도 될일을 이수엑사켐에 맡겨 일종의 중간판매상 통과세를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수엑사켐은 지주사 이수와 이수창업투자, 이수C&E 등의 최대주주로, 그룹지배구조의 핵심 회사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이 회사의 매출원가내에서 이수화학으로부터의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6년평균 72.65%에 달했으며, 이를 통해 2019년 매출 2,369억원, 영업이익 130억원 등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해 김상범 회장은 4년동안 78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상범 회장, 지주사 이수와 이수엑사켐의 대표이사 외에도 이수시스템 및 해외계열사 2개의 이사 겸직 중
보고서는 또 지주회사격인 이수는 김상범 회장이 직접 26.6%, 이수엑사켐이 73.4% 보유해 사실상 김 회장이 100% 지배하는 회사로, 지주사 관련 수익을 제외한 내부거래비중이 6년 평균 84.15%에 달해 계열사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IT아웃소싱 계열사인 이수시스템도 김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이 간접적으로 100% 보유하는 회사로, 모회사인 이수와 이수엑사켐을 제외한 계열사들과의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48.77%에 달해 역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라고 판단했다.
이수그룹은 이수화학, 이수페타시스 등 2개 상장사와 11개 비상장회사 등 13개 국내 계열사를 보유중인 그룹으로, 국내 계열사 자산총액은 2조2,400억원 정도다. 주력계열사 이수화학은 LAB,NP 등 석유화학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고, 이수페타시스는 인쇄전기회로판(PCB) 및 전자부품 실장기판 제조가 주요 사업이다.
김상범 회장은 지주사 이수와 이수엑사켐의 대표이사 외에도 이수시스템 및 해외계열사 2개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며, 상장사 이수화학과 이수페타시스에서는 미등기임원인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보고서는 최근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 유용 실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규제도 미흡하나마 법제화되었으나, 법적 규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못한, 즉 자산규모가 5조원 이하인 중견그룹들의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실태는 충분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경개연 등 시민단체들, 이수그룹 같은 감독사각지대 중견그룹들의 일감몰아주기 실태를 지속적으로 추적중
이수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관계당국의 압박에도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수그룹은 지난 2019년 이수화학 등의 계열사가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수그룹 같은 감독사각지대 중견그룹들의 일감몰아주기 실태를 지속적으로 추적, 밝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 법제화 등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김상범 회장은 김준성 전 경제부총리의 3남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법학대학원을 졸업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의 고명딸인 선정씨와 결혼한 직후 2년 동안 대우그룹 국제법무실 실장을 지냈다.
95년 이수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그룹에 들어와 이듬해 그룹 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그룹을 총괄했고 2002년 회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