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쌓아둔 이익잉여금 잔액 178조...당분간 여력은 있지만 이익처리의 균형이 무너진게 문제
전문가들 "향후 5년 정도 상속세 부담 끝나면 다시 균형있는 미처분 이익잉여금 처분계획 세워야"
올 3월 정기 주총에 상정될 삼성전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내용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눈길'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해동안 기업이 번 당기순이익은 일단 미처분이익잉여금 계정에 넣어 연말 결산을 한다. 세금, 이자까지 낸 순이익이기 때문이다.
결산 후 전년에 벌어들인 이 남은 이익을 다음 해에 어떻게 처리할 지를 정리해 정기주총에 상정하는 것을 미처분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라고 한다. 전년에 쓰고 남은 이익금을 다음 해에 어떻게 처리할지를 보여주는 기업의 계획서라고 볼수 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에 상정될 삼성전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보자.
우선 전년으로부터 넘어온 미처분이익 잉여금은 작년(8조4,012억원)이나 2019년(8조1,382억원)이나 비슷하다. 이익을 많이 냈던 2018년에만 18조5,563억원으로 규모가 컸다.
연말 정기배당이 아닌 분기배당도 7조2,138억원으로 2018~2020년 3개 연도가 똑 같다. 별도 기준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18년에만 32조8,151억원으로 컸을 뿐 작년(15조6,150억원)이나 재작년(15조3,533억원)이나 비슷했다.
크게 달라진 점은 3월 정기주총 후 지급될 연말 정기배당금이다. 연말배당 규모는 2019년이나 18년이나 2조4,054억원으로 똑같았다. 그러나 올 주총 후 지급될 작년 연말 배당규모는 무려 13조1,242억원으로 주총에 상정됐다. 정기배당에 더해 특별배당을 올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말배당의 주당배당률은 19년과 18년 354%였던데 비해 작년 연말 주당배당률은 특별배당을 더해 무려 1,930%에 달한다. 또 2019년과 18년에는 미래를 위한 적립금이나 준비금도 많이 쌓았다. 연말배당을 하더라도 돈이 남았기 때문이다.
기업합리화적립금의 경우 18년에는 5조, 19년에는 2조5천억원을 각각 쌓았고,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은 19년에 3조원, 18년에는 무려 10조원을 각각 쌓았다. 시설적립금도 19년에 2,327억원, 18년 1조1,509억원씩 각각 적립했다. 언젠가 있을지 모를 미래성장을 위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에 대비하는 돈들이다.
2018,19년 많았던 기업합리화적립금,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 시설적립금 등 한푼도 새로 적립할 수 없어
그러나 작년의 경우 한해동안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인데 비해 배당은 분기배당과 연말, 특별배당까지 합쳐 무려 20조3,380억원에 달하다보니 펑크가 생겼다. 이를 메우기 위해 과거 벌어 쌓아두었던 기업합리화적립금 등 임의적립금을 헐어(이입) 가져왔다.
그러다보니 18,19년 많이 쌓았던 기업합리화적립금이나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 시설적립금 등은 한푼도 새로 적립할 수 없었다. 올해로 넘어온 이 세가지 적립금 및 준비금은 제로다. 배당을 갑자기 워낙 많이 주려다보니 작년 한해 벌어들인 이익이 모자라 새로 적립금을 쌓을 여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지난 1월 발표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28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주주환원 정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향후 3년간 기존과 같이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정규 배당 규모를 연간 9.8조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 2018~2020년 3년간 잉여현금흐름에서 정규 배당 28조9천억원을 제외한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환원하기로 했던 약속에 따라 10조7천억원의 1회성 특별 배당을 올 주총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 배당은 4분기 정규 배당과 합산해 보통주 주당 1,932원, 우선주 주당 1,933원을 2020년 말 기준 주주에게 주총 승인을 거쳐 올4월 중 지급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코로나19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들과 협력회사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특별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며,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하는 한편 ESG와 준법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당시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엄청난 주주환원정책 시행 배경 놓고 설왕설래..."대주주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관련 있을 수도"
물론 그동안 매년 수십조원씩의 이익을 내다보니 회사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워낙 많다. 작년말 기준 장부상 이익잉여금은 무려 178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아니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엄청난 규모다.
작년 말 현재 이익잉여금의 구성을 보면 재무구조개선적립금이 2,048억원, 기업합리화적립금이 40조원, 해외시장개척준비금이 5,107억원, 해외투자손실준비금이 1,649억원,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이 무려 91조원, 수출손실준비금이 1,677억원, 자사주처분손실준비금이 3조1천억원, 시설적립금이 33조원 등이다.
오랜 장기 대규모 흑자로 이렇게 엄청난 적립금, 준비금들을 쌓아 놓았으니 당분간 앞으로 번 이익은 모두 배당으로 뿌려도 괜찮지 않느냐는 논리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괜챦을까? 워낙 쌓아둔 돈이 많아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지나친 주주포퓰리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원로 공인회계사는 “삼성전자 주주들이 뭐라고 요구한것도 아닌데, 갑자기 엄청난 주주환원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은 무언가 모양이 이상하다. 대주주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관련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잉여금을 많이 쌓아 두었다라도 치열한 경쟁에서 앞으로도 엄청난 투자재원과 연구개발자금 등이 소요된다는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5년 정도 상속세 납부가 끝나면 다시 균형있는 이익잉여금 처분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