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인터넷스타트업 단체들이 e커머스 중개를 담당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피해발생 시 연대책임 의무를 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비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협회)은 8일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마친 상태로 지난 5일 입법예고 한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중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현실화다.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전통적인 통신판매를 기반으로 설계된 현행법은 중개자라는 점을 고지한 경우 책임을 면책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과정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표시하도록 해, 기존에 한정된 정보로 인해 피해발생 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던 소비자가 책임소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쿠팡처럼 중개거래나 직매입을 함께 하는 플랫폼에게 이를 각각 분리해 표시·고지하도록 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내실 있게 구제되고 온라인 플랫폼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혁신해나가며 성장하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업계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는 개인정보 침해"
하지만 조 위원장 기대와 달리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협회는 또 신설된 ‘개인간 전자상거래법 제29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누구나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개인 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규정하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은 2000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개인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정보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가 취득한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결국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해야할 전자상거래법이 개인에게 직접 분쟁해소의 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겨 일반 국민의 안전 침해는 물론 혁신 서비스 생태계 역시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또 개정안의 입법 예고 과정도 문제 삼았다. 시장 상황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개정해야 하는데,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마친 상태로 입법예고 했기 때문이다.
(사)인기협과 (사)코스포는 ‘공정위는 개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 21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을 종용했다고 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은 법 개정의 내용적·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모두 실패했다”며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출되는 각계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