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잔치’는 끝났다...우리는 글로벌 금리상승에 대비하고 있는가
‘저금리 잔치’는 끝났다...우리는 글로벌 금리상승에 대비하고 있는가
  • 권의종
  • 승인 2021.03.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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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태산 같은데 염려하는 구석이 안 보여...가계·기업부채에 ‘방심’, 정부는 국가채무에 ‘무심’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미 진 빚은 국민이 다 갚아야...급한 오늘 뿐만 아니라 힘들 내일도 생각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제에 새 걱정거리가 생겼다. 글로벌 금리 상승의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직후인 작년 초 연 0.5% 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 1.5%를 넘어서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저금리 잔치’가 끝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또렷하다.

코로나 방어를 위해 막대한 돈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 추진과 무관치 않다.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해 미 정부는 국채를 추가 발행할 수 밖에 없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경기 회복 전망으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은 크게 실망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중앙은행이 장기채권을 매입하고 단기채권을 매도, 장기금리를 내리고 단기금리는 올리는 공개시장 조작방식이다. 장기금리의 하락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가계는 장기국채 금리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져 주택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남의 나라 얘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우리 코가 석 자다. 우리나라의 국채 금리도 오르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년 만에 연 2%를 돌파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늘고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가뜩이나 부채비율이 높은 우리의 가계와 기업, 국가 경제로서는 여간 큰 걱정이 아니다.

글로벌 금리 상승 경고등 켜져...부채비율 높은 우리의 가계와 기업, 국가 경제에 큰 부담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는 1,726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새 125조6,000억 원이 늘었다. GDP 규모를 넘어섰다. 101.1%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의 당시 부채비율 97.4%를 넘는 수준이다.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1990년 말 일본의 가계부채 70%보다도 월등히 높다.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제기관들은 GDP 대비 가계부채가 70~9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금융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빚의 ‘양’은 늘었으나, 빚의 ‘질’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채무상환 능력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잠재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계속 유의해 나가겠다”라며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한다.

기업부채도 높다. 2,112조 원으로 GDP 대비 110.1%로 높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의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 빚 위험도를 11년 만에 ‘주의’에서 ‘경보’로 격상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GDP 대비 민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52.8%에 이른다. 코로나 대책의 하나로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상환을 연장·유예했으나, 만기가 돌아오면 빚을 못 갚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민생과 기업 구제를 위한 재정 투입을 국채에 기대면서 정부부채도 많이 늘었다. 지난해 4차례의 추경 편성으로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 원까지 증가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8조6천억 원에 달했다. 올해 예산은 작년보다 8.9% 증가한 558조 원이 편성되었다. 93조2천억 원의 빚을 내야 한다.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966조 원으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48.2%로 높아진다. 앞으로 추경이 더 편성되어 34조 원 이상의 빚을 내면 나랏빚 1천조 원 시대를 맞는다.

위기 이후 대비하는 출구전략 긴요...재정 규율 세워 속도 조절과 지출 관리 엄격히 해야

충당부채까지 포함하면 정부의 실제 부채비율은 더 높아진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 'K-정책 플랫폼(K-Policy Platform)'에 따르면, 944조2천억 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포함해 계산한 2019년 말 기준 정부 부채비율은 91.4%까지 올라간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 중 대응 자산이 있어 상환 부담이 없는 금융성 채무를 제외하더라도 정부 부채비율은 75%에 이른다.

빚처럼 무서운 게 없다. 원리금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 여력이 저하되고 경제 회복이 더뎌진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며 외환위기 위험을 키운다. 미국의 금리 상승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부채 과다 국가는 무너지고 만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 국가 부도와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남미 국가,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그리스 부도, 2010년대 중반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이 그랬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전염병 위기 극복과 막힌 경제를 뚫기 위해서는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수요를 만들어내야 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도 잇단 경기부양책 시행으로 올해 연방 부채가 GDP의 102%에 이를 걸로 예측된다. 높은 부채 규모나 빠른 증가 속도 못지 않은 걱정이 또 있다. 부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빚은 태산 같은데 염려하는 구석이 안 보인다. 가계·기업부채에 방심하고 국가채무에 무심한 느낌을 준다.

부채 증가와 자산 거품 등 위험 요소 해소를 위한 중장기적 관점의 출구전략이 긴요하다. 국가부채 역시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재정 소요 증가로 부채비율 상승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재정 규율을 세워 적절한 속도 조절과 엄격한 지출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미 진 빚은 국민이 결국 다 갚아야 한다. 급한 오늘만 생각할 게 아니라, 힘들 내일도 염려해야 한다. 오늘만 날이 아니다. 내일도 내년도 그리고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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