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의할 것 “소문으로 주가 상승한 SPAC 주식 매수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최근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우회 상장하는 수단으로 점차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다만 최근 스팩 열풍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에 유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실제로 하는 일이 없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다. 투자자를 공개 모집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그 자금으로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한다. 투자자는 기업이 아닌 스팩의 M&A에 투자하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3일 지난해 대폭 늘어난 기업공개와 함께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이 급증했다면서 합병가액 결정 이전에 스팩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스팩은 합병가액 결정 전에 주가가 상승하면 악재다. 합병가액이 공모가나 자본금이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스팩의 실질적 기업 가치는 순자산 가치와 상장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면서 “합병가액이 높아지면 대상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상장 프리미엄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SPAC IPO는 316건, 공모금액은 1036억 달러로 전체 IPO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SPAC만 보면 2019년 대비 공모금액이 7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2월 말 기준으로 이미 120건, 411억 달러 규모의 SPAC이 상장됐다.
스팩 주가가 상승한 여파로 대상기업들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면, 부실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상 기업들의 가치가 고평가 될 유인이 커진다.
박 연구원은 “스팩 입장에선 합병에 성공하는 경우에만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합병하기도 하는데, 사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스팩의 주가가 상승하면 초기 투자했던 기관 투자자가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유인이 발생한다. 어떤 기업과 합병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익 실현으로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에 SPAC 투자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공모와 같은 초기 단계나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와 상장 프리미엄에 가까운 주가 수준에 투자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SPAC 투자”라면서 “소문으로 주가가 상승한 SPAC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우며, 실패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